트럼프 2기 또 꺼낸 '철강 관세'…1기땐 40일 유예 뒤 쿼터 합의
1기때 '관세 발표 → FTA 재협상 → 관세 유예 뒤 쿼터제' 합의
"협상 서둘러야 하는데 리더 부재로 외교 중단…실기 우려도"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에 이어 2기에도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일괄적인 관세 강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주요 대미 철강 수출국인 우리나라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정부는 1기 때 철강 관세 발효 직전 추가 협상을 통해 한국 등 일부 국가의 관세를 유예하고, 물량할당제도(절대쿼터제)로 규제를 낮춘 바 있어 막판 극적 타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논의하던 시점으로, 우리나라는 협상 물밑 작업을 통해 미국산 자동차 수출 길을 열어주는 대신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을 피하는 실리적 선택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재 탄핵 정국에 따른 리더 부재로 한미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 외교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번 관세 전쟁에서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일률적으로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2017~2021년) 때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는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다만 한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 대해선 일정한 할당량에 관세를 면제하는 쿼터제를 적용했다. 한국은 당시 25%의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량을 3년(2015~2017년) 평균의 70%로 제한하는 '절대 쿼터제'에 미국과 합의했고,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트럼프 1기 당시 '철강 관세 폭탄'을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약한 '쿼터제'로 막아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미 FTA 재협상'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8년 1월부터 양국은 FTA 재협상을 진행했고, 같은 해 3월 말 최종 합의를 이뤘다.
한국은 당시 철강 관세와 농축수산물 추가 개방 등을 막아내는 대신, 자동차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는 재협상안을 타결했다. 2021년 종료 예정이던 미국의 화물자동차 관세 철폐 기간을 2041년까지 연장해줬고, 미국 안전 기준만 충족하면 한국 안전 기준에 대한 추가 검증 없이 수입을 허용하는 자동차 쿼터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2배 확대했다.
그러자 미국은 3월 8일 발표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조치를 2주 만인 22일, 발효를 하루 앞두고 돌연 4월 말까지 유예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후 양국은 철강 쿼터제에 합의했다.
미국의 이번 2차 철강 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진의'를 제대로 짚어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 연구실장은 "코로나 이후 급증한 철강 수요를 미국이 자국 생산분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다시 철강을 때린 배경이 철강 자체가 목적인지, 또 다른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발 무역 전쟁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정상 외교를 통해 실마리를 찾고 있으나, 탄핵정국으로 협상 리더가 부재한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소통이 늦어지면서, 외교통상 분야 '실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18일 만인 지난 7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양국 협력 강화 등 유의미한 성과를 얻어냈다. 당선인 시절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는 한국이 지난 11월7일 일본보다 먼저 했지만, 이후 계엄 정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주미대사·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한덕수 총리가 잇따라 탄핵소추되면서 정상 외교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도 우리 통상당국의 대미 협상 창구는 막혀있는 모습이다.
당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철강 관세 부과 조치로 업계 안팎의 우려가 확산하는 상황이던 2018년 3월 26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미 정부·의회·업계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쿼터제'를 이끌었다.
반면 현 정부에서의 대미 통상분야 논의를 위한 교류는 12·3 비상계엄 이후 멈춰선 상태다. 안덕근 산업장관은 지난달 6~1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한 바 있지만, 이는 비상계엄 이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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