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좋은데" 불용 20조…세금 덜 걷히자 쓸 돈도 안써
'사실상 불용' 2년 연속 10조원 내외…지방교부세·금 6.5조 덜써
정부 "강제 불용 없었다"…세수추계 모델 개선 작업 진행 중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지난해 약 31조 원의 세수결손 발생 여파로 정부가 또다시 20조 원가량의 예산을 쓰지 않은(불용·不用)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정부에 넘겨야 할 돈도 6조 원 이상을 주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2년 연속 대규모 불용이 발생하면서 세수 예측 실패 책임을 지방에 떠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결산상 불용액은 20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예산현액 554조 원에서 총세출 529조 5000억 원과 이월액 4조 5000억 원을 차감한 것이다. 불용은 세출예산에 편성된 금액보다 집행액이 적은 경우의 차액이다.
세부 내역으로 보면 국세수입과 연동된 지방교부세·교부금 6조 5000억 원과 회계·기금 간 중복 계상되는 내부거래 4조 3000억 원이 줄었다. 이를 제외하고 사업비 불용 6조 8000억 원과 예비비 불용 2조 5000억 원을 합친 9조 3000억 원을 '사실상 불용' 규모라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56조 4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감소했던 지난 2023년에도 45조 7000억 원의 결산상 불용과 10조 8000억 원 규모의 '사실상 불용'이 발생한 바 있다.
결산상 불용의 경우 줄었지만,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실상 불용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23년 대비 불과 1조 5000억 원 감소했다. 이 중에서도 사업비 불용은 2023년 7조 5000억 원, 지난해 6조 8000억 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에 보낼 교부세·교부금이 6조 5000억 원에 달한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부족분은 지자체가 그간 여유 세수를 저축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해 메꾸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추계 오류로 발생한 세수결손의 책임을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자체에 떠넘겼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사실상 불용'이라는 개념을 들고 있지만 교부금·교부세를 내리지 않은 것이 더 나쁜 불용"이라며 "입법부가 예산안에서 확정한 교부세·교부금을 행정부가 세수 예측 오류를 이유로 줄일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사업비 불용 등에 있어 배정된 예산을 '못쓰게 하는' 강제 불용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업비 불용은)사업에서 일정 등의 문제로 자연적으로 집행을 못한 경우이며, 돈을 안 줘서 집행을 못한 경우는 아니다"라며 "세입 부족으로 자금이 없어서 강제적으로 불용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세수추계 오차는 유독 커지고 있다. 지난 2020년 -2.2% 수준이었던 예산안 대비 오차율은 2021년 21.7%, 2022년 15.3%, 2023년 -14.1%, 2024년 -8.4%로 벌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세수추계 오차가 발생하고 있는데,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 특성상 오차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반복적인 세수펑크와 불용을 줄이기 위해 세수추계 모형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련 위원회를 통해 사후적으로 교차검증을 해왔다"며 "사후 검증이 아닌 거시지표 설정부터 모델 확정, 예산·세수추계 과정 전반에 국회나 전문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을 참여하게 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하거나, 거시 지표 이외에 미시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도 용역을 통해 검토하고 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세수결손과 불용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장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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