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보다 IQ 높은데 생산성 낮은 이유…"인력 배치의 문제"
장용성 금통위원 생산성 주제 간담회…"핵심원인은 자원배분 비효율"
"성과·능력 중심 지향해야…현 임금 체계론 정년연장 안하는게 나아"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엔 정년 폐지 직종이 많다. 나이가 많아도 인품과 실력이 훌륭하면 계속 일하게끔 한다. 이런 풍토에선 젊은이도 롤 모델이 오래 대접받는 것을 보고 배우면서, 더 열심히 일한다. 지금 한국의 체계에서 정년 연장은 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9일 "한국 경제의 낮은 생산성은 인재 부족이 아닌 비효율적인 인재 배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경직된 고용 보호와 교육, 인센티브 제도 등을 개선해 재능과 성과, 능력을 중시하는 구조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장 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2023년 기준 미국 대비 59%(1인당), 56%(시간당)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장 위원은 "인재 풀(pool)이 나쁘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다"라며 "같은 인재를 갖고 배치와 배분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평균 지능지수(IQ)와 중고등학생 수학·과학 능력을 보면 한국이 국제 상위권"이라며 "이에 반해 미국의 평균 IQ는 29위임에도 생산성이 더 높다"고 했다.
미국의 높은 생산성을 뒷받침하는 핵심은 '능력이 우수한 사람들로 하여금 중요한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라고 장 위원은 주장했다.
미국은 재능(talent) 위주의 승진과 인력 배치를 중시해 일을 잘하면 계속 맡기는 반면에, 한국은 연공서열과 학연, 지연, 혈연, 순환 보직제 위주의 사회라는 점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장 위원은 "미국의 생산성이 높은 이유는 오히려 일선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며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일 잘하는 사람은 캐셔(일선 직원)로 시작해도 금방 승진해 일반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관리자급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우수 인재는 더 중요한 일에 배치되기 때문에 일상에서 접하는 빈도가 드문 것"이라며 한국도 이같이 신속한 인재 배분(sorting)을 노력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장 위원은 "한국 연공 서열제의 피해는 나이 어린 사람에 국한된 게 아니라, 동기가 승진하면 옷을 벗는 관행 등으로 우수 인재의 '연륜'과 '경험'을 버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년제의 득실을 다시 따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정년제가 폐지된 직종이 많고 인품과 능력이 있으면 오래 채용하려 한다"며 "이런 풍토의 조직에선 젊은이들도 오래 대접받는 것을 보고 배우면서 더 열심히 일한다"고 전했다.
오히려 장 위원은 "(한국의) 현 임금 체계에서 정년 연장은 안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문화와 인센티브 제도에도 개선점이 있다고 봤다. 그는 "'노(no)'라고 말하기 힘든 사회, 권위에 도전하면 받는 부정적인 시각, 새 도전을 막는 문화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고용 보호 제도의 유연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장 위원은 "경기 확장기 생산과 고용을 5% 정도 늘리고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며 "미국의 경우 연령별 중위 근속 연수가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한국은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에 따른 중장년 근로자 조기 퇴직 유도 등에 중년 이후 고용 안정성이 급락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정책의 경우 한국에서 '소득 재분배' 일환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학 입시 이전의 투자만 늘릴 것이 아니라 입시 이후(대학)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전향적인 시각을 가져볼 것을 촉구했다.
결론적으로 장 위원은 "생산성 개선은 거창한 정책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 중요한 일을 하게 하고, 승진을 더 공정하게 하는 경우 동일한 인재 풀로도 가능하다"며 "(능력 외) 다른 이유로 차별받는 동료가 있다면 밀어주고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면 그 조직의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관련해선 "지난해 고민했던 가계부채, 집값, 환율 등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 같다"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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