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풍에도 기준금리 동결…환율·가계빚 불안에 '발목'
한은 기준금리 연 2.75%로 동결…2월 인하 이후 '숨고르기'
약달러 속 1400원대 환율…가계대출 증가 경계심도 인하 발목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1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국내외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1400원대의 높은 환율과 연초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우려 등을 우선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은은 금통위가 이날 오전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11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나, 올해 1월에는 고환율을 주된 근거로 동결했다. 이후 지난 2월 경기 부진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한 차례 숨을 고르는 회기를 둔 셈이다.
직전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낮아진 이후 국내외 경기 부진 우려는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 정부는 이달 한국(25%), 일본(24%), 유럽연합(20%), 베트남(46%) 등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밝힌 뒤 90일 동안 유예했고, 중국에는 총 145%의 관세를 매겼다.
한은은 2월 전망에서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을 1.5%로 봤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과 주요국의 보복 조치 등을 고려할 때 5월 수정 전망에서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은 금융 안정에 대한 우려가 주요했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그럼에도 금융·외환 시장 변동성은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
특히 원화 가치 개선이 주요국 통화에 비해 뚜렷이 더딘 상태다. 달러·원 환율은 이달 초 1480원을 돌파한 이후 달러인덱스가 기준치 100을 하회할 정도로 심화한 달러 약세에 상당 수준 내려왔으나, 여전히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외환 시장이 비교적 작은 대외 충격에도 민감히 반응하는 변동성 장세를 보이는 점도 기준금리 인하를 어렵게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 또한 기준금리 인하를 발목 잡았다. 올 초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번복 등에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한은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내비친 바 있다.
이번 금통위 결정은 시장 기대에 부합했다.
<뉴스1> 조사 결과 채권 전문가 10명 중 9명이 이달 동결을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는 채권 전문가 88%가 동결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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