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부 WB 부총재 "韓기업 국내서 멈춰 안타까워…해외진출 늘 것"
"많은 국가가 한국 경험 배우고 싶어해"
"ODA는 국가가 국제적 입지 구축하는 과정의 일부"
- 김유승 기자
(워싱턴=뉴스1) 김유승 기자 = 김상부 세계은행(WB) 디지털전환 부총재는 "많은 한국 기업이 국내에서는 성공하지만 거기서 멈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다소 안타까운 일"이라며 "앞으로는 글로벌 진출의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재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WB 부총재 사무실에서 G20 동행기자단과 만나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 대기업과의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마인드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총재는 최초의 한국인 WB 부총재로 지난해 9월 취임해 2028년 말까지 임기를 맡으며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전환에 힘쓸 예정이다.
김 부총재는 "한국은 개발 원조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이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들은 전자 정부 사업과 관련해 한국과 협력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스마트 팜을 포함한 한국 기술을 수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의 우수 사례를 전 세계에 전파하려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사업 중 일부는 세계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된다"며 "많은 한국 기술 기업들이 국제 프로젝트를 지원하거나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재는 개도국의 여건은 아직 AI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기본적인 인터넷 연결, 데이터 인프라, 현지 컴퓨팅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많은 지역에 데이터 센터가 부족해 AI 시스템 운영 역량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지 엔지니어들은 AI를 지역 사회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기타 저소득 지역의 AI 교육, 디지털 인프라 개선, 클라우드 컴퓨팅 리소스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재는 또 "AI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한 사람이 사용하면 다른 사람은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AI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데 드는 한계 비용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유익하다"고 했다.
이어 "개도국들은 소수 기업이나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으면서 AI를 효과적이고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며 "즉, 지역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재는 공적개발원조(ODA)가 국가 이익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선 "국가가 인도주의적 목표와 전략적 목표를 모두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ODA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일본처럼 오랜 ODA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국가들은 더 큰 국제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ODA)는 한 국가의 국제적 입지를 구축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말했다.
행정고시 40기 출신인 김 부총재는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대통령실 행정관을 등을 거쳤다. 이후 LG유플러스와 구글 등 국내외 디지털 기업에서 근무하다 WB 부총재에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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