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소라 교수 "차기 정부, 미래먹거리 발굴 절실…인기영합 정책 피해야"
[3040, 차기 정부에 바란다]⑲…천소라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 관세 충격, 국내 서비스업 키워 내수 완충망 만들어야"
- 이철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양성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은 새 정부가 먼저 추진하기 어려운 방향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문제보다는 미래 세대에 대한 먹거리 발굴,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업을 고민하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천소라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42)는 지난달 29일 인하대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정책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 발굴을 꼽았다.
천 교수는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양성하는 것은 사실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천 교수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1%대 초반으로 전망하면서, 내수를 키워 해외 관세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출 의존도가 심하면 세계 정세가 급변할 때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우리의 서비스업이 경쟁력이 있고, 거기에 일자리가 충분히 많아서 국내에서도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면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내수 중에 건설 투자나 소비가 안 좋은데, 이럴 경우 정책을 펴는 사람들이 단기적으로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무차별적인 현금성 지원이나 무분별한 임시 공휴일 지정 등 인기 영합 정책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천 교수와의 일문일답.
-차기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정책은 무엇인가
▶현재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먹고 살 산업이 있느냐다.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정책에 대해 새 정부가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양성하는 것은 사실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하지만 단기적인 문제보다는 미래 세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업을 고민하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차기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정책은 무엇인가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 혹은 부동산 경기만을 좇는 정책을 펴선 안된다. 소비도 안 좋아서 정책 입안자들이 단기적으로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임시 공휴일 지정, 대규모 건설경기 부양 사업, 현금성 지원 등이 그런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국민소득이 오르고, 소비 여력이 지속될 수 있는 정책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 포퓰리즘, 인기 영합 정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재정이나 통화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GDP(국내총생산)를 구성하는 요소 중 생산 측면에서 노동, 자본, 기술의 향상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치권은 어떠한 일을 중점적으로 해야 하나
▶국민연금, 건강보험, 기초연금 등 미래 세대를 담보로 진행되는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소통 능력이 아쉽다. 충분한 사회적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자기 것을 포기하고 청년과 어린아이들에게, 미래 세대에 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정치권이 경계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네거티브 발언이다. 정책은 정책으로 토론해야 한다. 국민적 피로도가 이렇게 높은 상황에서 정책을 토론할 수 있는 장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이 정책은, 이 공약은 이렇게 돼서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1%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다. 단순 계산으로는 2분기부터 매 분기 0.4%씩 성장해야 올해 1.0% 수치를 맞출 수 있다. 그리고 아직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된 것도 아니다.
-미국 상호관세 발효가 한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일각에서는 관세가 우리나라 GDP 성장률에 0.1~0.2%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데, 저는 훨씬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놀라운 것은 이번 미국과의 '2+2 통상협의'에서 환율까지 협의 대상으로 들어간 점이다. 수출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단순히 관세뿐 아니라 환율도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경제 저성장 국면을 해결할 다른 방법이 있을까
▶결국 내수를 키워야 한다. 수출 의존도가 심하면 세계 정세가 급변할 때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 서비스업이 경쟁력이 있고 거기에 일자리가 충분히 많아서 국내에서도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면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격차가 큰 나라다. 최근 기존 업종이 새로운 서비스 형태의 시장 진입을 막는 일이 일부 발생했는데, 새 서비스업을 막으면 안 된다. 살아남는 기업이 더 커질 수 있는 구조로 생각해야 한다.
-현 정부가 추진했던 법인세, 상속세 개편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해달라
▶재작년과 작년 연속으로 세수 펑크가 났다. 법인세를 내리면 세수를 어디서 확보해야 하냐는 문제가 있다. 저는 법인세 개편을 당장 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속세의 경우 가계와 기업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했던 연금 개혁에 대해 평가해달라
▶근본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로 간다고 하는데 누가 더 내고, 누가 더 받는지 따져봐야 한다. 개혁안을 잘 보면 고갈 시점을 뒤로 늦췄다고 하는데, 이것도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기금 운용을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다. 미적립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도 전혀 없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연금까지 묶어서 아예 통합으로 개혁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에 대해 분석해달라
▶정부가 육아휴직을 장려하거나, 출산을 하는 사람한테 크레딧을 더 주는 등의 정책을 펴고 있는데 출산율은 급격하게 반등하지 않고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이런 정책들은 일시적으로 경제적 유인을 줄 수 있겠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정책을 보면 엄마, 아빠는 열심히 일하고 아이 돌봄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부모들이 일찍 퇴근해 아이를 보는 사회여야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
-결국 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맞다. 그런데 그렇다고 공무원을 늘릴 수는 없다. 300명 이상의 중소기업이 더 커질 수 있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회사에서 육아 관련 휴직·퇴근 등을 하는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문화, 그러한 일자리를 계속 만들려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출생 문제는 경제학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천소라 인하대 교수
1983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2007년 고려대 경제학과 학사, 2009년 같은 과에서 석사를 마쳤고 2015년 미국 워싱턴대(UW)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5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부연구위원으로 재직했고, 2016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과 경제전망실에서 전망총괄을 역임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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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1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3040세대(30~40대) 교수와 전문가를 릴레이 인터뷰한다. 정치·외교안보·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소장(少狀) 학자들의 생각을 담았다. 현장과 소통하며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조기 대선에 임하는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