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우려에 美日 '국채 발작'…"한국도 안심 못해"
美 트럼프 감세안에 20년물 국채 5% '심리 저항선' 돌파
日 30·40년물 최고치 찍기도…"적자 못잡으면 우리도 위험"
- 김유승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등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감세 정책 파장이 신용 등급 하향 조정에 이어 국채 금리 상승세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은 주요국 금리 급등에 따른 간접 영향만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가팔라진 재정적자 확대 속도를 늦추지 못하면 주요국과 같은 신세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어두운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2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평균 낙찰 금리는 5.04%로, 지난 202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겼다. 뉴욕채권시장에서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5.09%에 거래를 마쳐 2023년 말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채 금리 상승은 곧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감세안으로 미국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커지자, 미 국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결과다.
앞서 미국 의회 합동조세위원회(KCT)는 감세 법안 통과 시 10년간 재정적자가 2조 50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내려 추가 부채 부담을 안게 됐다.
일본의 상황도 비슷하다. 21일 일본의 3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3.185%를, 40년물은 3.635%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은 여야가 앞다퉈 소비세 인하를 공약으로 꺼내 들고 있다. 정치권이 이를 위해 적자 국채를 발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커지자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하면서 일본의 202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50%로,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맞이한 2009년 127%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재정적자는 주요국처럼 국고채 금리 급등 요인으로 작용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정치적 포퓰리즘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비용 증가가 지속되고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확대되면 우리도 위험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실질적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4조 8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4.1%를 기록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 기준인 3%를 5년 연속으로 넘겼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4.5%로 비기축통화국 평균치인 54.3%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추세는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거대양당의 대선 후보들은 모두 감세와 현금성 지원 등의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아동수당 지급 확대, 농어촌 기본소득 등을 공약했으며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확대 등을 언급했다. 지역화폐 지급 등도 민주당이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소득세 공제 확대 등의 감세안을 내놓은 바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당장 국가부채와 재정적자가 위험 수준은 아니라 주요국 같은 국채 금리 인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저성장이 지속되면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 위험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미국과 일본의 우량 국고채가 급등한 간접 영향만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우리도 적자 규모를 계속 늘리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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