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설' 한미 관세협상에 부담…"결국 방위비 카드 내민 것"
통상당국 "경제·안보 분리 협상 원칙 유지할 것"
전문가 "조선업 협상카드 최대한 활용…경제·안보 분리 접근해야"
- 이정현 기자, 임용우 기자,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임용우 김승준 기자 = 한미 관세 협의가 '2차 기술협의'를 끝으로 본협상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주한미군 철수 논의가 불거지면서, 방위비 분담 문제가 또다시 관세 협상에 악재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관세 협상과 맞물려 줄곧 쟁점이 돼 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과의 관세 협상에 방위비 분담금과 같은 군(軍) 문제는 연결하지 않겠다고 언급하면서 우려가 다소 사그라졌으나, 최근 미 언론이 국방부발 관계자 발언을 인용, '주한미군 4500여 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다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자신의 발언을 뒤집고, 동맹국과의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 과정에서 '원스톱 쇼핑'을 선호한다면서 한국을 포함한 각국과 무역, 관세, 산업, 안보 등의 현안들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관세 협상에서 경제 이슈와 안보 이슈를 최대한 분리하면서, 한국이 유력한 협상카드로 내밀 수 있는 조선업 협력 카드 등을 적극 활용해 협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수천 명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복수의 국방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약 4500명의 주한미군을 인도태평양 내 괌 등 다른 기지로 옮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다만 이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되지 않았으며, 여러 대안 중 하나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발표할 정책은 없다"라고 답했다.
갑작스러운 주한미군 감축 검토 소식에 우리 통상당국은 현재 진행 중인 관세 협상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면서 '경제'와 '안보'는 철저히 분리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통상당국 한 관계자는 2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테이블에서 '방위비 분담'과 같은 의제는 단 한 번도 논의한 바 없다"면서 "주한미군 감축과 같은 문제는 어디까지나 외교·안보라인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미국과의 통상현안 문제는 철저하게 경제 분야에만 집중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국방부도 "주한미군 철수 관련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라고 즉각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는 이날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전력으로 우리 군과 함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다"라며 이같이 전했다.
국방부는 그러면서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미측과 지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에서도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일단 선을 긋는 모습이다. 하지만 한미 간 '2차 기술협의(5.20~5.22)'가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다시 불거졌다는 점에서 관세 협상과의 연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보인 변덕스러운 성향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가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방위비와 관세 협상 연계 문제'와 관련 "군(軍)이 합의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가 사실상 그들의 군대를 돌봐주고도 무역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국가들이 있다"라면서 "군은 우리가 논의하는 또 다른 주제이며 우리는 군이 어떠한 그런 (통상) 합의의 대상도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관세 협상과 군대 문제는 별개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기자회견이 열리던 날엔 '한미 고위급 2+2 통상협의'가 워싱턴D.C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실제로 당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가 참석한 한미 2+2 통상협의에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방위비 분리 논의'에 대한 입장도, 일관된 기조는 아니었다.
불과 보름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원스톱 쇼핑'을 선호한다면서 한국을 포함한 각국과 무역, 관세, 산업, 안보 등의 현안들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여러 차례 드러내 왔다.
지난달 8일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한 이후에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며 포괄적 합의를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22일(현지시각) 한미 관세 협의에 올릴 최종 안건 조율을 위한 '2차 기술협의'는 마무리됐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수석대표인 장성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등 유관 부처 당국자들과 이날까지 사흘간 기술협의(technical discussions)를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양측은 지난 16일 제주에서 열린 한미 통상 담당 장관급 협의에서 합의한 대로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 협의에서 미국 측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 제거와 관련한 구체적 요구사항들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양측이 3차 기술 협의 등 후속 논의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차기 협의는 한국 새 정부 출범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결국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관세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조선업 협력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주한미군 감축을 통한 방위비 문제를 궁극적으로 관세 협상의 카드로 쓰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위원은 "우리는 조선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제주 강정마을에서 미국 배가 수리받는 일이 가능해진다면 한미는 더 돈독한 동맹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나아가서는 미국의 핵우산을 우리도 쓰게 될 수 있다. 그러면 사실상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도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관세 협상'을 끌어갈 차기 정부에는 "무조건 FTA를 고수해야 한다"면서 "(미국에)우리는 FTA 체결국이라는 점을 무조건 주지시키고, 0% 관세를 받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는 지난해 10월 이미 타결이 이뤄졌지만,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생겼을 때 일본과는 달리 북핵과 직접 마주한 우리나라로서는 협상 레버리지가 상당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다른 협상카드가 있어도 이 문제로 흔들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관세 협상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패키지딜보다는 개별이슈별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주한미군 감축설'을 관세 협상과 연계한 전략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위비를 더 받기 위해 이런 중요한 안보 이슈를 협상용으로 내밀었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며 "특히 조선업 협력 등을 (미국이)요구하는 상황에서 협상용이라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추측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트럼프가 아주 합리적으로 치밀한 계획하에 이렇게 진행이 된다기보다, 먼저 위협하고 뭔가 큰 걸 얻어내겠다는 기존의 전략으로 보인다"면서 "의도를 먼저 파악해 전체적으로 안보 구도를 바꾸는 문제라고 한다면, 철저히 경제 문제와는 분리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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