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지우고 이병헌 살려…바이포엠 '승부' 수 통할까 [N이슈]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배우 유아인이 주연한 이 영화는 지난 2023년 2월 그의 마약 투약 혐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 뒤부터 꾸준히 '비상 걸린 차기작'으로 거론돼 왔다.
오는 3월 26일 개봉하는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 분)이 제자 이창호(유아인 분)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은 당초 2023년에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이었다. 하지만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시작된 유아인의 죄질이 조사 과정에서 예상보다 더 무거운 것이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에 미래가 불안정해진 상태로 시간이 흘렀다.
약 2년여의 세월 동안 '승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배급권이 넷플릭스에서 다시 원래 투자배급사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로 돌아왔고, 영화 사업에서 철수한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배급권을 타 회사에 양도하면서 최종적으로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영화의 배급을 맡게 됐다.
개봉을 약 한 달 앞둔 '승부' 측은 '유아인'이라는 리스크를 지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17일 개봉일 발표와 함께 공개된 '승부'의 포스터는 이병헌의 얼굴을 정면에, 단독으로 내세웠다. 그뿐 아니라 지난 19일 공개된 예고편은 이병헌의 감정선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며, 그가 보여줄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유아인은 뒤통수로만 살짝 등장할 뿐이었다.
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의 이 같은 전략은 일단 통하고 있다. 예고편이 나온 후 누리꾼들의 반응은 조훈현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이병헌에 집중됐다. 게다가 이병헌은 지난해 말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보여준 좋은 연기 덕에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앞서 바이포엠스튜디오는 비슷한 케이스로 한 차례 의미 있는 성과를 넀다. 음주 운전으로 자숙에 들어간 배우 곽도원이 주연한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이다. 역시나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였던 '소방관'은 팬데믹의 여파와 곽도원의 음주 운전 이슈가 맞물리면서 무려 4년간 개봉하지 못하고 표류했다.
이후 바이포엠스튜디오가 배급권을 갖게 된 뒤 '소방관'은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시작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홍보 방식이다.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곽도원의 이미지는 모든 선재물(선전재료물)에서 지워졌고, 홍보물에서는 홍제동 화재 참사라는 실화 바탕 사건과 소방관들의 희생 등의 주제의식이 강조됐다. 더불어 연출자인 곽경택 감독은 영화 관련 행사 및 인터뷰에서 공공연히 "아주 미웠다" "깊은 반성과 자숙이 필요한 사람이다" 등의 발언으로 문제 인물과 거리를 뒀다. 그 결과 '소방관'은 누적 385만 5809명(19일 기준)의 관객을 동원, 손익분기점(250만 명)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 이는 극장 관객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주연 배우의 사생활 리스크를 안고 거둔 성공이라 의미를 더했다.
신생 회사 바이포엠스튜디오의 승부수가 이번에도 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대진표는 나쁘지 않다. 3월 말 경쟁작이 있다면 강하늘 주연 '스트리밍' 정도인데 서로 다른 장르이므로 '쌍끌이'를 노려봄 직하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논란에 엄격한 우리나라에서도 적절한 전략으로 작품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는 선례가 또 하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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