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아 페레즈',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예측 불가 조합 [시네마 프리뷰]
3월 12일 개봉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리뷰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에밀리아 페레즈'(감독 자크 오디아르)는 한국에서는 내용보다 영화 바깥의 달갑지 않은 이슈로 이름을 알렸다. 주인공인 스페인 출신 트랜스젠더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때문이다. 지난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이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이기도 한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최근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했던 혐오 발언으로 인해 논란에 휩싸였다.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흑인 배우 대니얼 컬루야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두고 "아프로 코리안 페스티벌을 보는 건지, 블랙 라이브스 매터(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는 메시지) 시위를 보는 건지 알 수 없다"고 한 것 때문에 그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이후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에밀리아 페레즈'의 북미 배급사인 넷플릭스로부터 손절을 당하는 등 수난을 겪었으나, 인터뷰를 통해 정식으로 사과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넷플릭스의 협조하에 극적으로 참석할 수 있게 됐다.
배우의 허물을 차치하고 '에밀리아 페레즈'를 본다면, 확실히 이 영화는 주인공 에밀리아 페레즈를 연기한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매력이 특별한 작품이다. 그는 영화의 전반부 무시무시한 멕시코 갱단 보스 후안 마니타스 델 몬테에서 귀부인 에밀리아 페레즈가 되는 한 명의 인물의 변화를 놀라운 연기력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악인들의 변호에 지친 젊은 변호사 리타(조이 살다나(조 샐다나) 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런 리타에게 유명한 마약상이자 갱단 보스인 안 마니타스 델 몬테가 접근한다. 복면을 쓴 채 어디론가에 끌려가 델 몬테와 만난 리타는 그로부터 "여자가 되고 싶다"며 자신을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거액의 보수를 제안받는다. 델 몬테의 요구를 완벽하게 들어주고 돈까지 받은 리타는 런던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그런 그 앞에 귀부인 에밀리아 페레즈가 나타난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된 작품이다. 그로 인해 '작품성'에 치중한 영화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이 영화는 서스펜스 넘치는 전개가 돋보이는 대중적인 작품으로, 메시지적으로는 그다지 거창한 것이 없다. 하지만 강렬한 캐릭터들이 부딪쳐 만들어내는 예상할 수 없는 서사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에밀리아 페레즈와 더불어 변호사 조이 살다나가 연기한 리타, 셀레나 고메즈가 연기한 후안 마니타스 델 몬테의 부인인 헤시까지, 세 여성 캐릭터는 남미 배경에 어울리는 강렬함으로 영화에 서스펜스를 부여한다.
범죄 드라마 스타일의 어두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뮤지컬 장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다소 갈릴 수 있다. 진지한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춤과 노래는 범죄 영화에서 갑작스럽게 발리우드 뮤지컬 영화로 장르가 바뀐 듯한 기괴한 느낌을 준다. 흥미롭게 본다면 흥미로울 수 있는 개성이다. 러닝타임은 133분. 오는 3월 1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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