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영화제, 한국 영화는 없어도 홍상수는 있다 [N이슈]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올해 칸 영화제에서는 한국 영화를 거의 볼 수 없지만, 그래도 한국 영화인 한 사람은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낼 전망이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홍상수 감독이다.
홍상수 감독은 28일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 사무국이 발표한 아홉 명의 경쟁 부문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이며 홍 감독과 함께 미국 배우 겸 감독인 할리 베리, 인도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파얄 카파디아, 이탈리아 배우 알바 로르와처, 프랑스-모로코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 콩고 감독 겸 다큐멘터리프로듀서 디웨도 아 아다미, 멕시코 감독 겸 프로듀서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미국 배우 제레미 스트롱까지 총 9명이 경쟁 부문의 심사를 맡게 된다.
홍상수 감독은 국내 영화인으로는 여섯 번째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게 됐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은 우리나라 영화인은 1994년 신상옥 감독, 2009년 이창동 감독, 2014년 배우 전도연, 2017년 박찬욱 감독, 2021년 배우 송강호 등이 있다.
칸 영화제 측은 홍 감독에 대해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다수 수상한 다작 감독 홍상수는 수년간 칸 영화제의 주요 인사였다, 심지어 2017년 특별 상영 부분에 초청된 그의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는 배경으로 칸 영화제가 등장할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홍상수 감독은 박찬욱, 이창동, 봉준호 등과 함께 오랫동안 칸 영화제에서 사랑받아 왔다. 그의 국제적인 명성은 칸 영화제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초청 편수로만 본다면 국내 최다 초청 감독이기도 하다. 홍 감독에 대해서는 칸 영화제의 공식 섹션 초청만 총 10번 이뤄졌는데 그중 네 번은 주목할만한 시선, 또 다른 네 번은 경쟁 부문이며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과 프리미어 섹션에서 각각 한 번씩 초청을 받았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 '강원도의 힘'(1998)으로 처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이후 '오! 수정'(2000) '하하하'(2010) '북촌방향'(2011)으로 총 네 번 같은 섹션에 진출했으며 '하하하'로는 해당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이어 홍 감독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극장전'(2005) '다른 나라에서'(2012) '그 후'(2017)까지 네 편의 영화로 경쟁 부문에 초대됐다. 또한 '클레어의 카메라'(2016)로는 스페셜 스크리닝, '당신 얼굴 앞에서'(2021)로는 칸 영화제 프리미어 부문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올해 칸 영화제는 공식 부문에 한국 장편 영화를 단 한 편도 초대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한국 영화 위기론'에 또 한 번 힘이 실리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 이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3년째 진출작이 나오고 있지 않으며 한때 한국 영화의 단골 초청 섹션이었던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서조차 올해는 단 한 편의 한국 영화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학생 작품 섹션인 라 시네프 섹션(구 시네파운데이션)에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허가영 감독의 단편 영화 '첫 여름'이 초청돼 희망의 불을 밝혔다. 또한 공식 섹션은 아니지만 병행 섹션인 비평가 주간에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이 초대돼 아쉬움을 달랬다.
이처럼 한국 영화의 존재감이 미미한 가운데, 홍상수 감독의 심사위원 초청은 일견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아이러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연인인 김민희와의 사이에서 늦둥이 아들을 얻으며 화제가 된 홍 감독은 2017년 김민희와의 불륜 인정 이후 8년여간 비난 여론 속에 국내에서는 외부 활동 없이 두문불출해 왔다. 대중과 거리를 뒀던 홍 감독이기에, 그가 올해 칸 영화제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활동하게 된 것이 한국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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