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시비가 불러온 현실 공포…'주차금지' [시네마 프리뷰]
21일 개봉 '주차금지' 리뷰
- 고승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복잡한 도시에서 주차는 늘 문제다. 주차 문제로 인해 이웃 간 사소한 말다툼이 벌어지거나, 심하면 파국으로 이어진다. 있을 법한 일이라 더욱 무서운 영화 '주차금지'다.
21일 개봉한 '주차금지'는 주차로 시작된 사소한 시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으며 벌어지는 생활 밀착형 스릴러 영화로, '사이공 선셋' '도망쳐'를 선보인 손현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경력 단절과 이혼 후 다시 계약직으로 취직하게 된 과장 연희(류현경 분)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정규직이 걸린 프로젝트 준비부터 출퇴근길 교통난까지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늘 좁은 골목길에 간신히 주차하던 연희는 어느 날, 퇴근 후 도저히 주차할 수 없게 대어진 차량 때문에 분통이 터진 연희는 차주에게 전화를 걸고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상하게 주차하고, 연희가 항의성 전화를 하자 한 번도 마주친 적 없었던 수상한 남자 준호(김뢰하 분)가 나온다. 연희는 수상하게 여기면서도 "주차 똑바로 하라"고 지적하고, 그 말이 거슬린 준호는 사과하라고 맞서며 신경전을 벌인다.
연희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유부남인 직장 상사는 연희의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삼아 원치 않는 스킨십을 하려고 하고, 계속 전화하며 치근덕거린다. 급기야 스토킹까지 하면서, 연희를 둘러싼 모든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주차금지'는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차 문제를 소재로 공감대를 높인다. 특히 제작사 영화사 주단 대표가 실제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 만큼 리얼함이 더해졌다. 교통 체증에 주차난까지, 차를 가지고 있는 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
또한 주차 문제뿐만 아니라 차량 앞에 부착된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모습, 비정규직 문제,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사적 관계 요구 및 성희롱, 공용화장실, 스토킹 등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실적으로 풀어내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까지 느끼게 한다. 이런 문제에 줄곧 시달리고 있는 연희에게도 저절로 이입된다.
다만 모든 문제를 다 엮어서 한 곳에 담으려고 하니 쉽지 않다. 이 사건들이 약하게 연결돼 있어 흐름이 뚝뚝 끊기는 모양새다. 인물의 활용도 아쉽다. 영화 내내 긴장감을 끌어오던 연희와 준호가 영화 말미 맞붙는데, 얼렁뚱땅 갑자기 해결되는 모습이다. 연희 동생 역을 맡은 차선우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퇴장한다.
약 9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흡입력 있게 그려낸 것은 류현경과 김뢰하의 열연이다. 류현경이 쌓아 올린 신경질적인 연희의 모습은 현실적이며, 김뢰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악인의 모습을 잘 그려내 공포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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