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티카지노

[단독] '안경' 정유미 감독 "韓 독립애니 가능성 보여줘 기뻐" [칸 인터뷰]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 초청
"지원 사업 많다면 더 많은 창작자가 다양한 작품 만들 수 있을 것"

제78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Cannes) 크루아제트 해변의 한 카페에서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애니메이션 ‘안경’의 정유미 감독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5.22/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칸, 서울=뉴스1) 이준성 고승아 기자 = 정유미 감독이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안경'으로 16년 만에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를 찾았다. 2009년 '먼지 아이'로 칸에 처음 초청된 이후 두 번째다. '안경'은 제78회 칸 영화제의 병행 섹션인 비평가 주간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영화는 올해까지 3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단 한 편도 진출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안경'은 라 시네프 섹션에 초청된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과 함께, 이번 칸 영화제의 부름을 받아 더욱 주목받았다.

정유미 감독은 21일(현지 시각) 제78회 칸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도시 칸 크루아제트 해변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먼지아이' 이후로 16년 만에 칸 영화제에 다시 온 정유미 감독은 "그때는 졸업하고 첫 작품인 데다 영화제 경험이 별로 없다 보니 정신이 너무 없고 어리둥절했다"며 "이제 나이 먹고 다시 오니까 조금은 더 편해졌다, 그래서 좀 더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한국 애니메이션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유미 감독은 "2009년 칸 영화제 감독 주간으로 처음 문을 두드린 이후로 조금씩 해외 영화제로 진출하는 국내 애니메이션들이 생겼다"며 "누군가 영화제에 가는 걸 보면 다른 젊은 감독님들이 가능성을 보고 시도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칸 영화제 진출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78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Cannes)의 에스파스 미라마르(Espace Miramar) 극장에서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 갈라 상영회가 열려, 애니메이션 ‘안경’의 정유미 감독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2025.5.21/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이번 작품 '안경'은 안경이 깨져 안경원을 찾게 된 유진이 시력 검사 중에 초원 위 집 안에 들어가 있는 자기 자기 모습을 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무성 애니메이션이다.

정유미 감독은 "칸 영화제를 겨냥했던 것은 아닌데, 완성되는 시기가 마침 칸 영화제 시기에 맞았다"라며 "이 작품이 원래는 20분 분량이었는데 칸 영화제 규정이 15분이라서 거기에 좀 맞춰 후반작업을 다시 하기는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분량을 조정해서 작품을 제출하게 됐는데, 오히려 느슨했던 부분이 좀 더 타이트해지면서 결과적으로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안경'에 대해선 "안경은 관점이고 일종의 프레임이다,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은유로서 '안경'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다"며 "첫 장면에서 안경을 깨고 그다음은 내면의 여행 여정을 통해서 변화를 겪고 새로운 관점, 새로운 안경을 쓰게 된다는 그런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이 작품의 동기가 된 중요한 이미지는 시력 검사대(자동굴절검사기)에서 보는 빨간 지붕의 집이다, 이전부터 그 이미지가 재밌다고 느꼈다, 굉장히 일반적인 이미지이며 시력 검사를 해 본 사람이라면 그 집을 본 기억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기억 속의 그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상상한 것이 모티브가 됐고, 이전부터 생각하던 프레임, 즉 안경에 대한 아이디어를 엮어서 이 작업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제78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Cannes) 크루아제트 해변의 한 카페에서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애니메이션 ‘안경’의 정유미 감독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중노출 촬영) 2025.5.22/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흑백으로 애니메이션을 작업하는 정유미 감독은 "이전에 회화를 할 때는 컬러 작업을 했었다, 영화 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을 처음으로 배우면서 첫 애니메이션을 연필로 만들었었는데 흰 여백 위에 어떤 밀도 높은 흑백 이미지를 작업했을 때 생기는 그 집중력이 재미있었다"라며 "흑백으로 사실적인 디테일을 묘사하면 초현실적으로 표현되는 장점이 있고 추상적인 은유를 표현하기에 좋다, 사실 컬러의 필요성을 느끼면 색을 쓸 수도 있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흑백으로 표현하는 것에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정유미 감독은 이번 작품에 자신과 개인적인 경험을 반영했다며 "대부분의 영화가 감독 자신을 투영하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사 영화였다면 배우를 통해 작업을 하기 때문에 나 아닌 것들도 투영될 수 있었을 것 같지만 이 작품은 현실의 사건이 아닌, 내면의 감정들에 대한 형상화라서 내가 가진 것들만 그대로 투영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웠다"며 "애니메이션이 그래서 좋은 것 같다, 개인적인 면을 좀 더 섬세하게 반영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경'에서는 감추고 싶은 자아에 대해 다루는데, 이를 '싫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나도 이런 내가 싫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먼지아이'라는 작업은 16년 전 칸 영화제에서 감독 주간에 상영했던 작품인데, 그게 그 작품의 가장 중요한 이미지"라며 "'먼지아이'는 계속 버리고 청소하는 이야기다, 작은 아이처럼 보이는 먼지를 계속 버리는 내용인데 엔딩에서 확실한 수용을 만들지 못했다, 그 시절에는 제 마음이 그러지 않기 때문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제78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Cannes) 크루아제트 해변의 한 카페에서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애니메이션 ‘안경’의 정유미 감독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5.22/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정유미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펜화 그림체가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왔다. '먼지아이'로 제62회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연애놀이'로 2013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명성을 쌓았다. '연애놀이'는 자그레브 애니마페스트에서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정유미 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인정받는 이유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을 묘사한 것이 공감받는 것은 결국은 보편적인 구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감정은 어떤 언어 없이도 바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이유인 것 같다"며 "아시아적인 단순한 이미지를 해외에서 재미있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2004년 '플레이 위드 미'부터 20여년 간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정유미 감독은 독립 애니메이션 상황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현재 부산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유미 감독은 "지금은 콘텐츠진흥원에서도 애니메이션 파트 지원이 있다, 서울 애니메이션센터나 영진위에도 애니메이션 지원이 있다"며 "사실 이 독립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많은 수익을 거두는 상업적 장르가 아니다, 그 때문에 이런 순수한 작업에 투자를 많이 받기는 조금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렇지만 영화와 미술의 경계에 있는 장르라서 분명히 매력이 있다"며 "지원 사업이 많다면 더 많은 창작자가 더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유미 감독은 이번 작품을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마침 이번에 다행히 좋은 제안이 와서 메가박스에서 단독 상영을 하기로 했다"며 "'안경'과 '파라노이드 키드'(2024) 두 작품을 묶어서 오는 6월 11일에 개봉하게 된다, '파라노이드 키드'는 배두나 배우가 내레이션을 해줬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seunga@dqdt.shop

바오슬롯 프리미어카지노 소닉카지노 산타카지노 토르카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