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 "기업 대출 수요 맞추려면 은행권 주담대 억제해야"
"기업 대출 늘리면 오히려 위험가중자산 감축효과 있어"
은행권 '자본규제' 완화 요청…"국제적 룰은 바꿀 수 없어"
-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우려로 늘어나고 있는 기업 대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고, 자본확충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일 발간된 '은행 건전성 규제 관점에서의 기업 대출 확대 방안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늘어나는 중소기업 대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주담대 등 가계대출의 억제 정책과 함께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최근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가계대출 등에 비해 위험가중치가 높기 때문에 기업 대출을 늘리면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고,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져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한 자본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일반적인 인식에 대해 "중소기업 대출 등이 건전성 규제 비율 산출에서 주담대 등에 비해 위험자산 감축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수준의 위험자산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짚었다.
국제결제은행(BIS) 바젤Ⅲ 기준(표준방법)에 따르면 중기 대출의 경우 최대 15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하지만 김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내부에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는 경우 기업대출을 늘리면 오히려 위험가중자산 감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은행권의 기업 대출 익스포저 대비 위험가중자산 산출 비율은 중소기업 대출이나 기타 소매 중소기업 대출(내부등급법)의 경우 각각 45.88%, 26.21%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위험가중자산 감축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포함된 일반 기업 익스포저 대비 위험가중자산 산출 비율이 51.8%인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위험가중자산이 더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익스포저(exposure)란 특정 기업 또는 국가와 연관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가를 나타내는 용어로, 주로 신용사건 발생시 특정 기업 또는 국가로부터 받기로 약속된 대출 및 투자금액뿐 아니라 복잡한 파생상품 등 연관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금액을 말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건전성 규제 구조에서 대출 자산이 늘어날 경우 이와 비례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늘어나는 익스포저보다 위험가중자산이 더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부등급법을 적용받는 주택담보 익스포저의 경우에는 익스포저 대비 위험가중자산 비율이 16.33%로, 기업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자산 감축 효과가 컸다.
이에 김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대출 등에 대해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로 중소기업 대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주담대 등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은행의 자본확충을 요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자본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제의 기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은행권의 자본규제 완화 요구와 관련해 "자본규제는 다 국제적인 룰"이라며 룰 자체를 변경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국제적인 룰의 틀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재량의 범위가 있으면 기업들에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을 찾자는 차원에서 은행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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