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홍콩으로 간 세계 최대 웹3 행사…왜?['코인 허브' 홍콩]①
헤지펀드 코인 투자 수익에 세금 면제 추진…친 가상자산 정책 효과 발휘
ETF 주도권은 미국에 뺏겼지만…CBDC·RWA 허브 노려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세계 최대 블록체인 행사인 컨센서스(Consensus)가 기존 개최지였던 텍사스 오스틴을 벗어나 올해는 홍콩에서 행사를 연다. 홍콩이 아시아의 '디지털자산 허브'로 자리매김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 지난해부터 디지털자산 허브를 노린 홍콩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자산 친화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한 것은 물론,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실물연계자산(RWA) 등 아직 미국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은 분야를 적극 공략한 것도주효했다.
27일 컨센서스 주최사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주최측은 홍콩이 아시아 진출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라는 판단으로 개최지 변경을 택했다.
포스터 라이트 코인데스크 사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아시아는 수천만명의 가상자산 사용자, 블록체인 개발자가 있는데다 규제 혁신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라며 "홍콩은 이 아시아 지역에서 전략적으로 디지털자산 허브로 자리매김했다"고 개최지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홍콩투자청도 "홍콩은 부동산, 지식재산에 이르기까지 실물연계자산(RWA)을 토큰화하는 기술을 수용해 웹3를 발전시키고 있다"며 "컨센서스 개최는 홍콩이 웹3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이처럼 홍콩이 디지털자산 허브로 진화한 데는 홍콩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이미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디지털자산 허브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대표적으로는 조세 제도가 있다. 지난해 말 홍콩은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패밀리오피스 등이 가상자산 투자로 거둔 수익에 대한 세금 면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홍콩은 아시아 최대 헤지펀드 허브로 통한다. 패밀리오피스 수도 2700여개에 달한다. 세금 면제 시 홍콩 헤지펀드 및 투자사들이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법안도 입법회 통과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해당 법안은 홍콩통화관리국(HKMA)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한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하는 법안으로, 지난달 입법회에 회부됐으며 이달 23일 첫 논의를 거쳤다.
이처럼 가상자산 친화적인 규제 환경을 마련한 데 이어, 홍콩은 아직 미국이 완전한 주도권을 잡지 못한 분야를 중심으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CBDC, RWA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지난해 4월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이들 ETF는 지난해 4월 30일부터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했으나,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거래는 허용되지 않아 성과가 미미했다. 그 사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운용자산규모(AUM)는 크게 증가했다. 가상자산 ETF에 있어서는 미국에 패권을 완전히 뺏긴 셈이다.
반면 CBDC는 미국에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CBDC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CBDC는 버리고, 스테이블코인만 전략적으로 가져가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이 버린 CBDC는 홍콩이 잡았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지난해 3월 도매용 CBDC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앙상블'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CBDC를 통해 은행 간 결제를 가능하게 하고, 은행 예금을 토큰화해 일반 대중에 제공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이에 더해 HKMA는 CBDC에 RWA를 더하기로 했다. RWA는 부동산, 채권 등 실물세계의 자산을 블록체인상에서 토큰화하는 것으로,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현재는 토큰화되는 실물자산 대부분이 미 국채이지만, 홍콩 역시 실물자산의 풀이 넓은 지역인 만큼 RWA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HKMA는 프로젝트앙상블의 핵심 과제에 채권, 탄소배출권, 선하증권 등 실물자산의 토큰화 사례를 연구하는 것을 포함했다. 또 RWA 거래대금을 CBDC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등 RWA와 CBDC 간 시너지 창출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이는 규제 샌드박스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에디 위에(Eddie Yue) HKMA 최고경영자(CEO)는 프로젝트 앙상블과 관련해 "홍콩 금융 산업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특히 토큰화된 자산 분야에서 우리의 위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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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아시아 금융 허브로 불리던 홍콩이 자타공인 '디지털자산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가상자산 친화적인 규제 환경을 마련하고, 전 세계 웹3 기업 및 블록체인 개발자들도 적극 흡수하는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업자 의무 중심의 규제만 논의하고 있다. 5130조원 규모인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뉴스1>은 아시아 디지털자산 허브로 도약 중인 홍콩의 변화를 조명함으로써 홍콩이 어떻게 가상자산 자본을 흡수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