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달]'코인 대통령' 자처에도…시장 냉각·정치 스캔들까지
취임식 이후 시장 상황 급변…'관세 전쟁'으로 코인 가격 '출렁'
트럼프가 쏘아올린 '정치밈코인' 폭락…'남미 트럼프'는 러그풀 의혹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돼가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미국발 관세 전쟁의 여파가 시장을 강타하며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했다. 가상자산 육성을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하락장을 이끈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행·홍보한 밈 코인도 취임 후 80% 가까이 폭락했다. 트럼프의 영향으로 '남미 트럼프'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밈 코인을 홍보하다가 '러그풀' 의혹에 휘말려 탄핵 위기에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가상자산 시장은 혼란과 정치적 스캔들이 뒤엉킨 한 달을 보냈다.
가상자산 시장에 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워 기대를 모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은 하락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가상자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오후 2시 42분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BTC)은 전날 같은 시간보다 0.36% 하락한 9만 581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한 달 새 약 8% 떨어진 수치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가격은 더욱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ETH)은 전월 대비 22.81% 내린 2681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의 수혜 코인으로 꼽힌 엑스알피(XRP)와 도지코인(DOGE)은 같은 기간 각각 21.18%, 39.17%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가상자산 규제 완화를 위해 게리 겐슬러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고, '도지코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가상자산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지난달 21일) 직전 가상자산 가격은 단기간 급등했다. 지난달 20일 비트코인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한때 사상 최초로 10만 9000달러를 돌파했다. 같은 날 기준 엑스알피는 일주일 동안 약 30% 폭등했다.
그러나 취임식 이후 가상자산 시장의 상황은 급변했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관세 전쟁'을 촉발하면서 가상자산이 하락장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캐나다와 멕시코산 물품에 25%의 관세를, 중국산 물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날 이더리움과 리플은 하루 만에 각각 20%, 21% 폭락했다. '관세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위험 자산인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관세 부과 발표 전 10만 달러를 웃돌던 비트코인은 현재 9만 5000달러까지 주저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SEC 산하에 가상자산 정책 전담 기구인 '가상자산 TF'를 신설하고 친 가상자산 성향의 인물을 주요 보직에 임명했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가상자산, 관세,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이슈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며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상승세로 전환하려면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 자산 편입, 스테이블코인 채택, SEC의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가상자산 거래 업체 QCP캐피털은 "가상자산 시장이 긴 횡보 국면에 들어섰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변화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행한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TRUMP)'는 취임 직후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으나 현재는 급락한 상태다.
이날 코인마켓캡 기준 오피셜 트럼프는 전고점 대비 약 78% 하락한 16.5달러를 기록했다. 해당 코인은 지난달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발행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면서 출시 이틀 만에 960% 급등했지만, 취임 이후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했다.
업계에선 오피셜 트럼프와 같은 정치 밈 코인의 높은 가격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대통령이 본인 사업에 정치를 활용하는 등 이해충돌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일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코인을 발행한 것 외에는 자세히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이주원 쟁글 리서치 연구원은 "트럼프 코인 출시 후 급격히 유입한 자금이 수익 실현 매물로 쏟아지면서 조정 폭이 커졌다"며 "특히 트럼프 당선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뒤 매도세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밈 코인 홍보로 큰 관심을 받은 점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은 사례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밈 코인을 홍보하다가 '러그풀' 의혹에 휩싸여 탄핵 위기에 몰린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추진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여러 면에서 따라왔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표해왔으며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솔라나 기반 밈 코인 '리브라(LIBRA)'를 추천하며 "경제 활성화와 중소기업 성장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해당 코인은 밀레이 대통령의 언급 직후 가격이 5달러까지 폭등했다가 몇 시간 만에 90% 이상 폭락했다. 일각에선 프로젝트 내부자들이 사전에 코인을 매수한 뒤 출시 직후 가격이 상승하면 코인을 전량 매도하는 '러그풀'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건이 커지자, 밀레이 대통령은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프로젝트에 대해 아무 내용도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밈 코인 사태와 관련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밀레이 대통령이 직위를 이용해 코인 가치를 부풀리고 러그풀에 가담했다며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저스틴 선 트론(TRX) 설립자는 "밀레이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잘못한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투자자 보호는 중대한 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두바이 가상자산 규제당국(VARA)은 "밈 코인은 투자 위험이 높고 규제 영역 밖에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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