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코인 게이트' 홍역 치른 국회…가상자산 보유액 '3배' 급증
가격 급등·신규 투자 증가…가상자산 신고 건수 48% 늘어
"위믹스는 잡코인" 날 세웠던 국회…"제도권 편입 등으로 인식 개선"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국회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보유액이 1년 동안 3배 증가했다. 지난해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치가 상승하자 신규 투자 건수도 늘었다. 국회가 지난 2023년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게이트'로 홍역을 치른 지 약 2년 만에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5년도 정기재산변동 신고 자료에 따르면 22대 국회의원 및 국회 소속 고위공직자들이 신고한 가상자산 보유액은 총 12억 6733만원이다. 지난해 신고 금액(4억 163만원)보다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이번 신고 대상은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총장, 비서실장 등 고위공직자 총 335명이다.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재산변동 내역이 포함됐다.
가상자산 신고 건수도 증가했다. 이번에 신고된 가상자산 재산 건수는 총 46건으로 지난해 신고 건수(31건)보다 48.39% 늘었다.
국회에서 가장 많은 가상자산을 보유한 인물은 김인영 국회 정책연구위원으로 총 5억 3052만원을 보유 중이다. 김 위원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등 9종의 가상자산에 투자했으며,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가상자산 시장 활황으로 투자금이 늘었다.
정책연구위원은 입법 지원과 정책 개발, 연구·자문을 통해 국회의 정책에 대한 전문 분석을 제공한다. 지난해 국회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논의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며 김 위원도 가상자산을 자연스레 접하게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어 3억 6415만 원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 의원은 제21대 국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현재도 정무위 소속이다.
유 의원은 지난해 제22대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하자 차기 정무위원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유 의원이 신고한 가상자산은 배우자가 3억 6357만 원, 장녀가 58만 원을 투자했으며 본인이 직접 투자한 이력은 없다. 투자 종목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대형주를 비롯해 송버드(SGB), 온톨로지(ONT), 유니스왑(UNI), 파일코인(FIL) 등 소규모 코인까지 총 39종에 달한다. 해당 코인들 모두 지난해 신규 투자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1억 원의 가상자산을 보유하며 유 의원의 뒤를 이었다. 박 의원이 보유한 가상자산은 훈민정음해례본 대체불가능토큰(NFT) 1개다. 해당 NFT는 훈민정음해례본을 소장한 간송미술관이 지난 2021년 100개 한정으로 발행한 문화재 기반 NFT다.
박 의원은 대표적인 기업 출신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과거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로 활동하며 한국 자본의 국제 진출을 지원했다. 이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아이넥스 코퍼레이션' 대표를 지내는 등 민간 창업 현장에 뛰어들었다. 박 의원이 이번에 신고한 재산은 총 15억 1055만 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국회 고위공직자들의 가상자산 보유액 증가를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회는 지난 2023년 일명 '김남국 코인 게이트'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기 때문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지난 2023년 거액의 가상자산(위믹스·WEMIX)을 보유, 국회 상임위 도중 거래를 해 논란이 일자 민주당을 탈당했다. 또 코인 발행회사에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취득했다는 의혹도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월에는 김 전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 99억 원에 달하는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숨기려 허위로 재산을 신고한 혐의로 법정에 섰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국회는 가상자산 재산 공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난 2023년 공직자 가상자산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사혁신처는 같은 해 12월부터 4급 이상 공직자는 재산등록 시 보유한 가상자산의 종류와 수량을 구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다.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신고가 의무화되는 등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국회의 인식도 과거와 달라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남국 코인 게이트'가 발생한 지 2년 만이다. 당시 일부 의원들은 위메이드(112040)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를 '잡코인'으로 취급하는 등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며 공직자들의 인식도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친 가상자산' 정책을 내세우는 점도 인식 개선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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