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코인에 韓 통화주권 종속…원화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해야"
'디지털자산 기본법' 발의 임박…한국, 능동적 설계자로 나서야
민병덕 "이준석, 몰이해해 입각해 상대 정책 비판" 저격
-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 질서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 설계자로 나서야 한다."(민병덕 의원)
"지금 한국이 선택하지 않으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통화 주권이 종속될 수 있다."(이종섭 교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두고 대선 후보 간 갑론을박이 이어진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디지털자산위원회 주최로 열린 스테이블코인 정책토론회에서 디지털자산위원장을 맡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는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외국인 노동자들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임금을 받고 있고, 강남 일대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카드를 통해 결제되고 있다"며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이다. 우리가 지금부터 집중한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게임, 앱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산업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유통하자는 주장도 더했다.
최근 TV 토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제기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의문에 대해서는 거세게 반박했다.
먼저 민 위원장은 이 후보 주장과 관련, "테라, 루나 같은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을 가지고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라는 '자매 코인' 루나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스테이블코인 테라의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했던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이다. 반면 최근 국내 시장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테더(USDT), USDC 등은 발행사가 코인 발행량 만큼의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는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이다.
앞서 이준석 후보는 지난 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미 한국에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KRT가 있었다"며 "KRT가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이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민 위원장은 "어제(20일) 미국에서 지니어스법(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사실상 통과됐다. 법안 내용을 보면 발행사가 1:1로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이미 있는데, 어떤 후보(이준석 후보)는 1:1 준비금이 어떻게 작동하냐고 묻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이렇게 앞질러 가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반(反) 크립토' 얘기가 나오고 있고, 몰이해에 입각해 상대(이재명 후보) 정책을 비판 중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며 글로벌 기업이 이미 주도하고 있다고 후발주자인 한국이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 초고속 인터넷망 투자를 반대한 논리와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민 위원장은 "이제는 글로벌 디지털 질서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 설계자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책 토론회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이를 어떻게 규율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도 제시됐다.
발제를 맡은 윤민섭 디지털소비자연구원 박사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이 바로 내일 된다고 하더라도 시행까지는 6개월에서 9개월 정도 소요된다"며 "그런데 법안이 내일 바로 통과되는 게 아니다. 법안소위를 거치기 때문에 빨라야 (시행은) 내년 하반기, 그 이후까지 예상된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해외 국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마쳤거나, 법 시행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도록 스테이블코인 관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윤 박사는 언급했다.
그는 "전략적으로 좀 더 빠르게 접근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우에는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추진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경우 빠르면 2026년 상반기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포함된 '3대 원칙'을 지키되, 준비금 검증을 보다 철저히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지니어스법은 20일(현지시간) 미 상원 본회의 토론종결 표결을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안이다. 지니어스법에 따르면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는 은행 자회사 및 비은행 기업은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발행량과 1:1로 대응되는 준비자산(현금, 은행예금, 단기 국채 등)을 유지할 것 △공인 회계법인의 검증을 거친 준비자산 보고서를 매월 공시할 것 △코인 이용자에 대한 상환 의무를 질 것 등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는) 핀테크 업체들은 1:1 준비자산을 두고, 준비자산 보유 사실을 검증하고, 상환 의무를 지는 '3대 원칙'은 지켜야 한다"면서 "미국은 준비자산 검증을 한 달에 한 번씩 하는데, 이를 실시간으로 검증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더스캔(이더리움 블록체인 탐색기)'에서 이더리움(ETH)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듯,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현황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하면 투명성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K-콘텐츠, K-게임 등과 결합하면 글로벌 결제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BTS 굿즈를 구매하는 해외 팬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한다면 통화영토 확장이자 디지털 한류의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사업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독점하는 구조 속에서 금융위기 발생 시 글로벌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며 "한국이 자체 사업자를 두지 않으면 위험이 전이된다. 한국이 손을 놓고 있으면 결국 글로벌 위험 관리 주체를 해외에 넘기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민병덕 위원장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중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대표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 위원장은 "디지털자산 1호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 중"이라면서 "건강한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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