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상상인저축은행 '경영개선권고'…페퍼·솔브레인 '유예'(종합)
상상인저축은행 자산건전성 4등급…BIS비율 권고치 아래
OK금융, 상상인저축은행 이어 페퍼저축은행 인수도 검토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금융당국이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해 '경영개선 권고'를 부과했다. 지난해 12월 안국·라온저축은행에 대한 경영개선 권고에 이어 3개월 만에 추가 적기시정조치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를 개최해 상상인저축은행의적기시정조치 안건을 논의한 결과, 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권고'를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적기시정조치는 직전 2분기 연속 종합등급 3등급 이하, 자본 건전성·적정성 4등급 이하 저축은행에 내려진다. 금융당국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10조,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제46조 규정에 따라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은 안국·라온저축은행에 '경영개선 권고'를 부과한 바 있다. 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된 건 지난 2018년 1월 이후 6년 만의 일이었는데, 3개월 만에 추가 권고를 내린 셈이다.
권고는 저축은행 사태 때처럼 '영업정지', '계약이전' 등 고강도의 구조조정(경영개선명령)과는 다르며, 권고 이행 기간 중 자산건전성 개선 상황 등을 살펴보고 충분히 개선됐다고 인정될 경우 종료된다.
주목할 점은 소형 저축은행인 안국·라온저축은행과 달리 자산 규모 '10위'인 상상인저축은행이 권고 조치를 받은 것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실태평가를 받았는데, 자산건전성에 대해 '4등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잠정) 기준 상상인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10.5%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상상인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10.23% 대비 올랐다. 다만 상호저축은행업 감독규정 제44조는 BIS 비율 규제를 1조 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8% 이상을 적용하지만, 별도 권고치로 1조 원 이상은 11%를 넘기도록 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이 권고치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말(잠정) 기준 연체율은 18.7%, 고정이하여신비율(NPL) 비율은 26.9%에 달한다.
금융위는 "BIS비율이 규제비율 8%를 초과하고 있으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과정 등에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했다"며 "상상인저축은행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에 대한 심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경영개선 권고 부과 결정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상상인저축은행 측은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매 분기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90억 원(잠정치)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9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380억 원), 2분기(-200억 원), 3분기(-103억 원) 등 손실 규모를 줄여오다 4분기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금융당국은 "경영개선 권고는 저축은행이 악화한 건전성 지표를 신속하게 개선할 수 있도록 부실자산의 처분, 자본금의 증액, 이익배당의 제한 등을 권고하는 것"이라며 "영업 관련 조치는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조치 이행 기간인 6개월 중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져 소비자에게 불편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함께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오른 '페퍼저축은행(자산 규모 기준 7위)'은 적기시정조치 '유예' 판단을 받았다.
페퍼저축은행은 올해만 3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23년과 지난해 각각 200억 원씩 증자를 진행한 데 이은 것으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 말 현재 BIS비율은 11.83%다. 지난해 상반기 11.21% 대비 높아졌다. 유상증자를 계기로 12%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외 솔브레인·우리저축은행도 유예 판단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이들 저축은행이 경영실태평가 이후 경·공매 및 상·매각 등을 통해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정리해 자산건전성이 개선됐고, 향후에도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향후 다른 저축은행에 대한 추가 적기시정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않으면서도, 업계 자산건전성은 개선 추세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감독당국이 상시적인 모니터링 등을 통해 건전성이 악화해 관리 필요성이 있는 저축은행에 대해 신속한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며 "다만 최근 저축은행업계는 전반적으로 적기시정조치의 주된 원인인 자산건전성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가격 협상을 진행하던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대신 페퍼저축은행 인수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OK금융은 지난 13일부터 페퍼저축은행 실사를 진행 중이다.
당초 OK금융은 지난해 12월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실사에 돌입하며 인수 의지를 드러냈는데, 인수 타깃을 페퍼저축은행으로도 넓힌 것이다. OK금융 측이 제시한 가격을 두고 상상인저축은행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 속 페퍼저축은행은 OK금융 측에 매각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면 OK저축은행의 자산은 업계 1위 SBI저축은행(14조 8211억 원, 지난해 9월 말 기준)을 넘어선다. OK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3조 7843억 원(지난해 9월 말 기준)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자산 3조 1943억 원을 합하면 단숨에 1위로 올라선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자산은 2조 7577억 원 수준이다.
인수가 확정되면 서울·충청·전라 3권역의 영업권을 가진 OK저축은행의 영업권도 확대된다. 페퍼저축은행은 경기·인천 영업권을 가지고 있다. 서울 영업권을 가진 OK저축은행이 인수할 경우 수도권 전체 영업권을 가질 수 있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 2023년 상상인에 저축은행 계열사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보유 지분을 10% 이내로 줄이라는 매각 명령을 내렸다. 이에 상상인은 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
다만 서울고법은 지난달 20일 상상인그룹이 금융위를 상대로 낸 주식처분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상상인그룹 입장에선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2곳에 대해 매각에 필요한 시간을 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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