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훈 "기업은행, 이해관계자 거래 관리 소홀…'방지 가이드라인' 마련"[일문일답]
"이해관계자 거래 관리 대부분 부실하고 형식적 운영"
"검사 결과 처리 집중…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총력"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800억 원대의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한 IBK기업은행에 대해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에 대한 관리 측면에서 굉장히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질타했다.
이 부원장은 '임직원 윤리·복무규정' 등을 통해 이해상충, 내부 부당거래 등에 대한 방지 의무를 '선언적'으로만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금융사 자체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이해상충 방지 관련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원장은 25일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를 발표하며 "다른 나라에 없는 지배구조법이나, 책무구조도 등을 비롯해 제도 보완 조치는 갖췄으나, 실효성 있게 작동되느냐에 대해선 굉장히 부족하다고 진단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1월 자체 정기감사를 통해 239억5000만 원 규모의 배임사고를 공시했다. 다만 금감원의 고강도 수시 검사 결과, 해당 부당대출 규모는 총 785억 원(총 51건)으로 늘었다. 애초 기업은행이 확인한 부당대출 규모보다 545억 5000만 원 늘어난 것이다.
검사 결과 기업은행에서 14년간 근무한 뒤 퇴직한 A 씨는 부동산시행업 등을 영위하며 기업은행에 재직 중인 배우자 B 씨(팀장·심사역), 입행 동기, 사모임, 거래처 관계 등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임직원 등 총 28명과 공모하거나 조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대출 관련 증빙, 자기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심사역 등 은행 임직원은 이를 공모·묵인하는 방식이다. A 씨 외 추가 부당대출 적발 규모를 합하면 882억 원에 이른다.
이 부원장은 국제결제은행(BIS)의 국제 규범과 우리 은행법 간 이해상충 관련 규제 내용이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BIS는 이해관계자 범위를 대주주 및 친인척 등 외에도 주요 직원 등 포괄적으로 정의하지만, 우리나라의 법규에는 해당 금융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주주'를 중심으로 신용공여 등 일부 유형에 한정해 규제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 부원장은 "은행이 이해관계가 있는 자들과의 거래, 이해관계 거래에 대해 내부통제 관리 등 소홀한 부분이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고객 돈을 맡아 관리하는 측면에서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은 똑같은 정도의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과의 일문일답.
-다른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의 검사와 비교할 때 특이점은.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에 대한 관리 측면에서 굉장히 소홀한 측면이 있다.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이해관계자와의 거래 관리를 위한 단계가 대부분 부실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중이다. 고객 돈을 맡아 관리하는 측면에서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똑같은 정도의 선관주의 의무가 요구된다. 관련 보완 조치나 재발 방지 대책이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이번 부당대출이 책무구조도 적용 1호 사례인지.
▶책무구조도는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개선 사항은 시행 이후 사안에 대해 적용되는데, (기업은행 건은) 그 이전에 발생한 건이다. 이에 책무구조도가 적용되기는 어렵고, 소급 적용해 페널티를 주기도 어렵다. 다만 책무구조도 시행과 별개로 은행의 기본적인 이해상충 거래 주의 의무 등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은행 측에 개선 대책 등을 요구할 것이고, 책무구조도에도 경영진의 의무 등에 이런 부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어느 정도의 고위 임원이 연루됐는지, 금융사고 금액 및 기간이 더 늘어나나.
▶검사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내용에 관해 확인해 주긴 어렵다. 금액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툼이 있다. 은행 측이 파악한 금액과 금감원이 검사 과정에서 적발한 금액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향후 검사 결과가 마무리되고 제재 절차 진행 과정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특히 금액과 관련해선 사법당국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고, 검사 결과 보완 과정에서 추가 사실이 확인될 수 있어 변동 소지가 있다.
-은행 차원에서 조직적 은폐가 이뤄졌다고 보는지.
▶검사 과정에 증거자료 확보는 중요한데, 이를 방해하거나 자료를 삭제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위반으로 인식하고 있다. 위법행위 당사자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자료 은폐를 시도하는 것과 당사자 외에 은행의 평판을 고려해 같이 은폐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위반이다. 금감원 검사 과정에 위법행위 당사자뿐만 아니라 은행 차원에서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 있으며 실체 규명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조직적 은폐를 두고 다툼의 여지는 무엇인지
▶조직적인 은폐는 금감원이 보는 시각이고, 은행 측은 다른 평가를 할 수 있다. 위법행위를 했을 때 감추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 그 부분은 형법에서 어느 정도 고려한다. 다만 그 정도를 넘어서 조직적이고 주도적으로 덮으려는 행위인지, 사람 본성 정도의 행위인지는 다퉈야 할 사안이다. 금감원은 형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조직적 은폐 정황이라고 판단했다.
-조직적 은폐 방지를 위한 업계 표준가이드라인 마련 등 방안은.
▶기록 삭제, 검사 방해 등은 별도 제도 개선은 불필요하다. 이미 현행법이 위반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현행법에 따라 제재가 이뤄질 것이다.
-이해관계자 거래 범위 확대 등을 은행법에 추가해 개선하나.
▶국내법 현황은 금융사가 법령상 요구하는 필요 최소한만 준수하고, 선관주의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사가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실적 때문에 고객과의 신뢰 관계나 리스크 관리를 경시하는 문화가 있다고 당국은 우려 중이다.
국내법 특수성을 말하면 국제 규범은 주로 영미법 나라를 롤모델로 해서 만들어지는데, 영미법은 대원칙만 제시하고 개별 사례는 판례를 통해 만들어진다. 반면 대륙법을 따르는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기준을 다 규율해 영미법과 다른 추상적 개념을 사용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이렇다 보니 대주주 신용공여 등 열거하는 형태로 입법이 이뤄지다 보니 지금과 같은 흠결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은행의 조직문화나 전반적인 부당대출 사례에 대해 추가 조사 계획이 있는지
▶추가 조사는 항상 딜레마다. 조사 인력은 한정되고 우선순위에 따라 투입되는데, 전수조사는 이런 점에서 맹점이 있다. 그렇기에 금융사가 자체 점검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시정하고, 앞으로 재발 방지하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선은 현재 검사 결과 처리에 집중하고, 금융사 자체 점검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을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사후 점검이나 조사도 할 것이다.
-조직문화를 관리·감독할 방안 마련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조직 문화는 제도 개선만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기 어렵다. 인식의 전환과 문화의 변화가 있어야만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생긴다. 이미 필요한 제도적 보완 조치는 상당 부분 이뤄졌다고 본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지배구조법이나, 책무구조도 등 제도 보완 조치를 갖춘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실효성 있게 작동되는지를 보면 굉장히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이미 만들어진 조치를 (조직 문화에)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금감원은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금융사가 같이 갈 수 있도록 끌고 가고, 부족한 회사와 잘하는 회사 간의 인센티브를 명확히 구분해 부족한 회사에 대해선 페널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재 등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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