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당근·CJ통장 나왔다…영토 확장 나선 은행 '쇼핑몰' 진격
쇼핑 앱에 통장 깔린다…은행권 '임베디드 금융' 전쟁
'이자' 받고 '예금' 확보…'윈윈' 전략에 호평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건전성 중심의 금융 정책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던 은행권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한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 사업이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례회의에서 KB국민은행과 SSG닷컴이 함께 선보인 패키지형 금융상품 '쓱KB은행'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현행 규제에 막힌 혁신적인 서비스에 대해 한시적으로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국민은행은 SSG닷컴 고객을 대상으로 '파킹통장' 개설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고객이 SSG머니(선불 충전금)를 해당 통장에 보관하면, 결제가 필요할 때 자동으로 연결돼 사용되고, 예치금에 대한 이자 수익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금융위는 이 서비스가 가져올 '소비자 이익'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용자의 선불충전금을 은행에 직접 예치해 자금의 안전성을 높이고, 이자 등 금융이익이 이용자에게 귀속되는 구조로 소비자 편익 증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은행과 비은행 간 통장 협업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과 함께 '당근머니 하나통장'을 출시한 바 있다.
이 통장은 당근마켓의 선불 충전금인 '당근머니'를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안전하게 보관하고, 우대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입출금 통장이다.
금융권은 이러한 협업 모델을 '임베디드 금융'이라고 부른다. 비금융회사가 단순히 금융상품을 연계·중개하는 것을 넘어, 자체 플랫폼에 금융 기능을 내재화(embed)하는 개념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전 산업군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심화되면서, 임베디드 금융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CJ올리브네트웍스와 협업해 'CJ페이 통장'을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금융권은 임베디드 금융이 은행, 소비자, 플랫폼 모두에게 이득을 주는 '3자 윈-윈'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는 파킹통장을 통해 이자 수익과 결제 편의성을 얻고, 은행은 이자를 적게 주는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비금융회사(SSG닷컴·당근마켓 등) 입장에선 고객 결제 절차를 간소화하고, 충전금이 플랫폼 내에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는 '락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빗썸, 스타벅스, 삼성모니모 등 다양한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임베디드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고, 고객 기반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SSG닷컴과의 협업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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