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리스크에 신용등급 강등까지…美국채 산 개미들 '울상'
미 국채 10년물 4.5%, 30년물 5% 상회
-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미국 국채가 이렇게 똥값이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30대 회사원 김우선 씨는 3개월 전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에 400만원 가까이 투자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수익률은 -9.84%.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미 국채 가치가 급락하며 수익률이 더 떨어지진 않을까 근심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 리스크에 이어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미 국채 금리가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4일 이후 또다시 4.5% 선을 돌파했다. 30년물 금리도 5%를 넘어서며 2023년 10월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후행지표"란 베센트 재무장관의 지원사격에 매도세가 진정됐지만, 공화당의 감세안이 하원 본회의 표결을 앞두면서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재정 적자와 부채 비율 문제를 근거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인 '트리플A'(Aaa)에서 'Aa1'으로 한단계 낮췄다.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2023년 피치에 이어 무디스까지 국제신용평가사 세 곳이 모두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린 것이다.
가뜩이나 트럼프 정부의 감세 움직임에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미 의회는 올 연말 종료될 트럼프 1기 때의 '세금 삭감 및 고용법'(TCJA) 일몰을 2028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10년 동안 미국의 국가 부채는 3조~5조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무디스는 세수가 부족하면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하고, 국채 금리는 상승해 결국 국가 경제의 부담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시장의 의심에 불을 지폈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안전자산 선호로 금리가 하락했던 2011년(S&P)보다 금리가 상승했던 2023년(피치) 상황에 더 근접해 보인다"며 "감세안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며 부채 누증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정적 심리가 더 악화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악재가 거듭되며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은 최근 하락세를 타고 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무디스 충격이 전해진 19일 전 거래일 대비 2.08% 하락한 7535원에 마감했다.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3.21% 하락했다. 역시 미 국채 30년물을 기초로 하는 'TIGER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H)’도 지난 3개월간 7.72% 하락했다.
다만 이번 무디스의 신용강등이 예견된 조치였던 데다 트럼프 정부의 장기금리 안정 의지도 강해 후폭풍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채 금리 안정을 위해 관세 전쟁에서 후퇴했던 것처럼 재정적자 축소, 국채 발행 비용 절감 등 장기금리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2023년과 달리 재무부는 장기물을 증액할 가능성은 작고, 유사시 단기물 국채 비중을 더 높이는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신용등급강등은 단기적으로 금리를 소폭 높일 수 있으나 그 효과는 작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사실상 예고된 조치라는 인식에 시장의 반응은 격하지 않을 수 있다"며 "관세에 이어 감세까지 과격한 정책이 완화될 수 있다면 장기금리는 단기 상승압력을 받은 이후 중기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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