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초과 주택연금' 시장 열린다…하나은행, 26일 '내집연금' 출시
부부 사망 시까지 연금 지급…정부 상품과 달리 '2주택자' 가입도 가능
초고령사회 해법으로 떠오른 '주택연금'…민간 시장 활성화 첫발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하나은행이 오는 26일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택연금 상품을 출시한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지 약 6개월 만이다.
금융권은 노후 소득은 부족하지만 부동산에 자산이 집중된 고령 가구들이, 이번 주택연금 상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는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만 가입할 수 있어, 고가주택 보유자는 부동산 자산을 연금화하는 길이 막혀 있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26일 12억원 초과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연금 상품인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을 출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민간 금융회사가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주택연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DSR·LTV 등 주택 관련 규제에 특례를 부여한 바 있다.
이 상품은 고객이 본인 소유의 주택을 은행에 신탁한 뒤, 해당 주택에 거주하면서 부부(가입자 및 배우자) 모두 사망 시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수령한 연금 총액이 주택 처분 금액을 초과하더라도 개인에게 추가 부담을 넘기지 않는 '비소구' 방식으로 설계될 계획이다.
특히 기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은 1주택자만 가입이 가능한 반면, 하나은행의 상품은 2주택자도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올해부터 한국이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주택연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중 약 90%는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을 수급 중이지만, 월평균 수급액은 약 65만 원에 불과하다.
공적 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고령층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편중돼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주택연금은 부족한 노후 소득을 보완하는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들도 자체적으로 주택연금 상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은행권 전체 판매액이 100억 원대에 그치는 등 시장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금융권은 하나은행이 새롭게 선보이는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이 민간 주택연금 시장의 활성화를 이끄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시니어 고객을 겨냥한 특화 브랜드 '하나 더 넥스트'(HANA THE NEXT)를 출범하고, 방송인 강호동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등 고령층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주택연금 상품 개발은 하나은행과 하나생명보험이 함께 맡았다.
한국은행도 노인 빈곤 문제의 해법으로 '주택연금 활성화'를 강조하고 나선 상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KDI-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에서 "부동산 같은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생활비로 전환되지 못하면 통계상 빈곤층으로 분류된다"며 "보유자산을 유동화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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