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이어 티웨이항공·아워홈도…불붙는 '경영권 전쟁'
고려아연 23일 '운명의 날'…최윤범 vs MBK·영풍 '격돌'
주가 변동성 확대 우려…일반주주 피해 우려·밸류업에도 부담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기업들의 경영권 분쟁이 확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에 이어 티웨이항공과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머니게임'이 치열해지면서 주가 변동성도 커졌다. 대형주의 급등락은 투자자 보호는 물론 밸류업에도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010130)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최윤범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000670)의 경영권 표 대결이 벌어진다.
핵심 안건은 '집중투표제'다. 이사 선임 시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로, 주주는 이사 후보자 1명 또는 여러 명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최대주주보다 소수주주에 유리한 제도인 만큼, 집중투표제는 지분율에서 MBK 연합(40.97%)에서 밀리는 최 회장 측(34%)이 밀고 있다. MBK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 구성을 봤을 때 집중투표제가 도입돼도 일반 소수주주 측 이사선임이 불가능하다"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이에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는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한국ESG연구소와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에 '찬성'을, 한국ESG기준원과 ISS는 '반대' 의견을 각각 권고했다. 연기금도 판단이 엇갈렸다. 국민연금은 찬성했지만, 해외기관투자자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일부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연장전'으로 흐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려아연 현 사내이사 중 5명이 3월에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091810)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이 터졌다.
현재 티웨이항공은 티웨이홀딩스(004870)·예림당(036000)이 지분율이 30.07%로 최대주주지만, 2대주주인 대명소노그룹(26.77%)과 격차가 3%p(포인트)에 불과하다.
최근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경영권 확보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오는 3월 이사회 진입을 준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영권 분쟁이 불붙는 모습이다.
비상장사이지만, 아워홈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100%를 1조5000억원에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주주인 구자학 회장의 4남매 의사가 엇갈리고 있다. 장남-장녀 측은 한화에 아워홈 지분 매각을 원하지만, 차녀-넷째는 아워홈 경영권을 지키길 바란다.
그나마 지난해 1년 가까이 지속된 한미약품(128940) 경영권 분쟁은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 최대 주주 간 합의로 상호 간에 제기한 민·형사상의 고소와 고발을 모두 취하하고, 지분 관계도 해소했다.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분쟁 테마주가 앞으로도 지속해서 등장할 것으로 봤다. 세대를 거듭한 승계 과정에서 창업주 일가의 지분율은 희석되는 반면 사모펀드와 개인주주의 영향력은 강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종목들에 단기간 수급이 집중돼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에스엠(041510)도 하이브(352820)와 카카오(035720)의 공개매수를 거치면서 주가가 11만4000원에서 15만8500원까지 올랐었다. 지금은 7만8400원이다.
고려아연도 경영권 분쟁 전 50만 원대이던 주가가 공개 매수와 장내 매수 경쟁에 240만 원을 넘기기도 했다. 현재는 84만 원으로 낮아졌다.
과도한 주가 변동성은 일반주주 피해는 물론 밸류업에도 부담이다. 테마에 따라 수급이 쏠리면서 적정 가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보접근성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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