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왕좌' 뺏겠다…미래에셋 ETF 최저보수 '0.0068%'로 회심의 일격
미래에셋, 美 S&P500·나스닥100 ETF 보수 10분의 1로 낮춰
점유율 경쟁에 기름 부은 격…삼성운용 "맞대응 검토"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부동의 1위'인 삼성자산운용을 넘어서기 위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미국 대표 지수 ETF 2종의 총보수를 기존의 10분의 1 수준인 연 0.0068%로 낮춘다. 국내 ETF 중 최저 보수다.
다소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운용을 제치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인 셈이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채 3%포인트(p)가 안 된다.
'왕좌'를 지켜온 삼성운용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보수 인하로 맞대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만히 앉아 고객을 뺏길 순 없기 때문이다. 출혈경쟁을 뜻하는 '치킨게임'이 재현될 조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아시아 최대 미국 대표 지수 ETF인 'TIGER 미국S&P500 ETF(360750)'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133690)' 2종의 총보수를 연 0.0068%로 인하한다고 6일 밝혔다.
이날부터 'TIGER 미국S&P500 ETF',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2종의 총보수는 연 0.07%에서 10분의 1 수준인 0.0068%로 변경된다. 지난 2020년 11월 연 0.3%에서 0.07%로 인하한 이후 약 4년 만의 인하다.
'0.0068%'는 국내 상장된 ETF 중 최저 보수다. 기존 최저 보수였던 '0.0098%'보다도 0.003%포인트(p) 낮아졌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TIGER ETF는 고객들의 장기 투자 파트너로서 앞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대표지수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투자하는 시대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TIGER 미국S&P500 ETF와 나스닥100 ETF의 순자산 규모(AUM)는 각각 7조8373억 원, 4조7023억 원에 달한다. 국내 ETF 중 순위가 각각 2위, 6위로, 미래에셋운용의 간판 상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수 인하로 보수 수익이 약 70억~8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운용이 보수 인하에 나선 것은 업계 1위 탈환을 위한 승부수다. 규모를 키워서 삼성자산운용을 추격하겠다는 전략이다.
전일 기준 미래에셋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35.37%다. 1위 삼성운용(38.10%)과 격차가 2.73%p에 불과하다. 순자산 차이는 4조6383억 원이다.
사실 삼성운용은 한국 최초 ETF인 KODEX200을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해 왔다. 아시아 최초로 인버스·레버리지 ETF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장점유율은 2020년까지만 해도 50%를 웃돌았다.
그러나 미래에셋운용을 비롯해 경쟁사의 ETF 사업 확장, 마케팅 강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밀려 지난해 40%선을 내줬다. 반면 미래에셋운용은 2021년 점유율 30%를 돌파하며 삼성운용과의 격차를 좁혀왔다.
미래에셋운용 입장에서는 이번 보수 인하가 삼성운용 역전을 위한 회심의 일격이다. 최저보수로 고객을 끌어들여 역전을 노려보겠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보수 인하를 통해 점유율 싸움에 기름을 부운 격"이라며 "보수를 낮춰 점유율은 높이고, 수익은 다른 상품을 통해 보전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1위인 삼성운용은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운용이 보수까지 내리면서 위협하는 만큼 가만히 두고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운용이 KODEX 미국 대표 지수 ETF 4종의 총보수를 19일부터 연 0.05%에서 0.0099%로 내리자, 미래에셋운용이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인하한 바 있다.
이번엔 삼성운용이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삼성운용은 내부적으로 보수 인하를 비롯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우려의 시선을 내비쳤다. 수수료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ETF 취지가 리서치를 통해 좋은 상품 만들고, 운용 잘해서 높은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인데 보수를 낮추면 투자 재원 마련이 어려워진다. 상품의 질도 떨어져 악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는 평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수수료 치킨게임은 중장기적으로 시장과 업계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다른 운용사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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