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사업 검사는 회계사가 해야… 간이 검사는 세금 낭비 못 막아"
지자체 민간위탁사업 결산 간소화에 "투명성 확보 실패 우려"
한공회 "밥그릇 싸움 아닌 '원칙'… 부적절 지출, 감사로 차단해야"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가 민간위탁사업 결산에 대한 '회계감사'를 간소화한 '결산서 검사'로 대체하고, 회계사 대신 세무사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 개정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자체 결산에 대한 엄격한 감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부적절한 예산 지출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12일 출입기자단 회계현안 세미나에서 "민간위탁사업 결산에 대한 기존의 엄격한 회계감사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공공 부문에서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민의 세금이 낭비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는 2021년 회계감사를 결산서 검사로 대체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 이후 서울시 안팎에서는 단순 증빙 구비 수준의 간이 검사만으로는 목적 외 사용, 허위 거래, 증빙 위조, 가격 부풀리기 등 사업비 부당 집행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서울시는 지자체 중 가장 큰 재정을 운영하는 만큼, 민간위탁사업 재정 통제 완화가 다른 지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재 민간위탁사업비 회계감사 제도를 운영 중인 11개 광역자치단체 중 경기도·경북도·광주시·충남도 등 4개 지방의회에서 서울시 조례와 유사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 회장은 "회계감사는 해당 기관이 작성한 결산서가 사전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작성됐는지를 외부의 독립된 제삼자가 엄격히 검증하는 과정"이라며 "간이한 검증 절차만 거치는 것은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회계사와 세무사의 업무 영역 다툼이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 같은 흐름은 국고 보조금 부정 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해 온 정부 기조와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6년부터 보조금 부정 수급을 방지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산 보고서 검증 제도를 도입했으며, 2023년에는 법 개정을 통해 정산보고서 검증 대상을 보조금 3억 원 이상에서 1억 원 이상으로 확대한 바 있다.
이날 ‘비영리법인 및 공공부문의 회계 투명성’ 발표를 맡은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도 "최근 민간 위탁 기관이 보조금을 개인 채무 변제나 사적 용도로 사용한 사례가 적발되는 등 지자체의 보조금 부정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공공 부문이 ‘주인 없는 돈’을 관리하는 상황이 되고, 결국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회계감사는 단순한 검토가 아니라, 내부 통제와 거래의 실질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라며 "법률 자문을 변호사가 하듯, 회계감사는 반드시 회계사가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사 대상을 축소하고 감사 수준을 단순 검토로 약화하는 것은 회계 투명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민간위탁사업비 회계감사 제도를 원래대로 복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공회는 이달 중 서울시 의회가 개원하면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최선을 다해 기존 조례안이 원상 복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공회는 또한 비영리 통합 플랫폼을 개설해 비영리 단체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회계 교육과 컨설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비영리 회계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해 감사인들이 보다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고 비영리·공공 부문의 회계감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seunghee@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