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20% 찍어도…'레버리지 ETF' 1조 쓸어담은 서학개미[서학망원경]
반도체·나스닥 3배, 테슬라 2배 ETF 1.1조원 순매수
급등 경험이 부추긴 투심…변동성 장세에 급락 우려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미국 증시가 연일 가파르게 내리는 중에도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주에만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1조 원 이상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상품이 일주일간 10~20% 하락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낭떠러지 끝에서 기회를 노리며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이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2월 25일~3월 3일)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 상위 3개 종목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테슬라 주가·나스닥 지수 관련 레버리지 ETF 상품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일일 성과를 3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SOXL·3억 7640만 달러)였다.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ETF(TSLL·2억 3240만 달러)는 순매수액 2위를 기록했고, 그 뒤는 나스닥 지수를 3배로 따르는 PROSHARES ULTRAPRO QQQ ETF(TQQQ·1억 6153만 달러)가 따랐다.
국내 투자자들은 단 일주일 동안 이들 3개 종목을 총 7억 7034만 달러(1조 1208억 원)를 사들였다.
다만 종목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SOXL은 엔비디아 급락 속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차게 식으며 18.19% 하락했다.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과 테슬라 시장 점유율 하락에 TSLL은 12.07%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세 강행에 시장이 흔들리며 TQQQ도 9.71% 내렸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에도 매수 규모를 늘리며 '물타기'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테크주 상승장에서 앞서 레버리지 상품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얻은 경험이 투심을 부추겼다. SOXL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113.6% 올랐고, TSLL은 같은 해 하반기 243.43% 급등한 바 있다.
다만 변동성 장세가 이어져 투자자들 손실이 커지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안전장치 마련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해외 증시에 상장된 3배 초과 레버리지 상품 신규 매수를 금지했다. 올 초 양자 컴퓨팅 관련 종목으로 분류되는 아이온큐 주가가 40%대 급락하자 3배 추종 상장지수증권(ETP)은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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