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로 대표이사 마음가짐 달라져…장기적으로 사고 줄 것"
김선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파트너 인터뷰
대표이사 인적·시스템 총괄 책임 명시…'명확한 업무배분' 필요
- 강수련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인 '책무구조도'로 인해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책무구조도'가 화두다. 오는 11일부터 자산 5조원 이상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의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이 본격 실시된다. 이미 은행·지주는 지난 1월부터 책무구조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지주와 안진회계법인에서 10여 년간 내부통제 관련 업무를 맡아온 김선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감사부문 파트너는 28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에 도입된 책무구조도에 금융사 대표이사들의 책임이 명시되고, 이에 따라 내부통제에 나서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당국으로부터 신분 제재도 받을 수 있다.
김 파트너는 "대표이사가 총괄 관리인으로서 책임을 지고 임원들도 그에 대한 책임을 배분하기 때문에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불린다"며 "이전에는 내부통제의 주체가 불분명해 사고 책임이 모호했지만 이제는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제30조 4에는 대표이사의 책임이 명시돼 있다. 인적·물적 자원의 지원을 점검하고, 임직원의 위반 사실을 적시에 파악할 수 있게 제보·신고 및 보고 등 관리체계를 만들도록 했다. 인력이 없거나 시스템이 없어 일어난 사고는 대표이사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김 파트너는 "금융사의 경우 금감원이 과거부터 감독을 강하게 해 왔기에 (제도에 대한) 반발이 심하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대표이사등의 내부통제등 총괄 관리의무는 다른 임원에게 책무를 배분할 수 없어 책임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다.
이에 금융사도 각사의 책무구조도가 위법행위를 막기 위해 충분한지를 살핀다. 대표이사와 임원이 위법행위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했는지에 따라 금감원의 제재를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파트너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활동이 임원의 '상당한 주의 관리의무'를 충족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며 "과거의 제재 및 사고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현재 운영 중인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체계가 미흡한 경우 구체적인 개선안을 제시한다"고 했다.
증권업·보험업계도 오는 1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한 회사들은 시범운영을 한다. 2월 말까지 총 39개사가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했다.
금감원은 이번 책무구조도 도입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 해제'와 '상위 임원에 책무 배분'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파트너는 "지배구조법에서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을 허용하고 있지만, 금감원에서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동일인이면 겸직을 해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증권사 등의 경우 직위의 중층적 구조가 많은데 이때 상위 임원에게 책무를 배분하라는 명확한 지침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증권업의 경우 업무 특성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책무구조도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다.
김 파트너는 "특히 IB사업이나 신규사업 관련 내부 통제 기준이 타 업권에 비해서는 체계화돼 있지 않다"며 "다양한 사업과 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복합성을 고려해서 책무를 명확하게 배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 상품 영역에서도 채권, 주식, 파생상품 등 부서가 구분되고 각 부서마다 역할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 책무를 배분하면서 역할과 책임(R&R)이 불명확한 부분은 다시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곧바로 금융 사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에도 연초부터 IBK기업은행에서 '882억 원 규모 부당대출'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김 파트너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된다고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지만, 현재 임원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며 "정기적으로 내부통제를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내부 통제 문화가 강화되고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책무구조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규모별로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파트너는 "대형증권사와 달리 중소형 증권사들은 업무가 한정돼 있다"며 "은행 지주와 대형 금융투자회사와 달리 중형사들의 점검 주기를 조절하는 등 운영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 사례 등이 공유될 필요가 있다"며 "금감원이 주제별로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고 금융사들이 보완을 거치면 (안착까지) 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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