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급등' 계룡건설은 어쩌다 李 테마주가 됐나[종목현미경]
'세종 행정수도 이전' 재추진 움직임에 일주일 만에 60% 상승
"연관 없다" 밝혀도 2배 이상 급등…변동성·작전세력 유의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6·3 장미대선'을 앞두고 국내 증시가 정치 테마주로 달아오르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테마주는 이번 주 들어 불기둥을 세웠다.
특히 이 전 대표의 공약에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재추진 계획이 담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계룡건설(013580)은 일주일 만에 주가가 1.5배 넘게 급등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계룡건설 주가는 지난 7일 1만 4000원에서 11일 2만 2350원으로 8350원(59.64%) 뛰었다. 특히 10일에는 2만 6450원까지 오르며 3거래일 만에 103.46%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일 6.68% 하락 마감했지만, 코스피·코스닥 전체 종목 가운데 주간 상승률 14위를 차지했다.
주가 급등은 민주당의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재추진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충청권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이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 방안'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충청권 대표 건설사인 계룡건설이 수혜주로 부각됐다.
계룡건설 대전광역시에 본사를 둔 충청권 최대 건설사다. 여타 중견 건설사들과 달리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수주 활동에 집중하며 지역 대표 건설사로 자리매김했다. 계룡건설은 정부세종청사 건립에 참여했으며 지난달에는 세종시에 행정중심복합도시 아파트 건설공사를 수주했단 공시를 냈다.
이 대표가 당선되면 건설 수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가가 움직인 셈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일주일 동안, 국내 증시에서는 이 전 대표 관련 테마주들이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은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는 무관하게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인해 테마주로 묶인 경우가 많다. 일부 종목은 이 전 대표의 공약과 연관되며 정책 수혜 기대감에 주가가 뛰었다.
일례로 이번 주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상지건설(042940)(185.16%)은 과거 임무영 전 사외이사가 이 전 대표의 선거 캠프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테마주로 분류됐다. 저출생,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정책 수혜주로 부각된 에르코스(435570), 크라우드웍스(355390)는 특정 정치인과 관련이 없다는 공시를 냈음에도 165.93%, 125.07% 올랐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 특성상 주가 변동성이 크고,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2003년 16대 대선 당시에도 계룡건설은 대선 9개월 전인 3월부터 주가가 선제적으로 상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앞섰다는 소식에 6거래일 만에 주가가 9000원에서 1만 34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다시 하락했고, 대선일인 12월 20일에도 1만 1100원으로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작전 세력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정치 테마주 147개 종목 중 33개에서 부정 거래 및 시세 조종을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157억 원 이상의 부당 이득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는 실적과 무관하게 급등락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칫하다가는 작전에 연루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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