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는 최고의 리스크 헤지 수단"…¥ 노출형 ETF 물올랐다
해외채권형 ETF 수익 상위 1~3위 '엔화 노출형'…7~8%대 상승
골드만삭스 "엔·달러 135엔까지 하락 가능"…피난처로 주목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엔화가 강세다. 900원 초반이었던 엔화 환율은 꾸준히 올라 최근 1000원대를 굳혔다. 엔화 가치 상승에 힘입어 엔화 노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수익률도 호조를 보였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올해 해외채권형 ETF 36개 가운데 수익률 상위 1~3위를 모두 엔화 노출형 상품이 차지했다.
특히 엔화로 미국 장기채를 사는 ETF 수익률이 눈에 띄었다. 해당 상품은 엔화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고,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경우 장기채 가격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노릴 수 있다.
올해 들어 ACE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는 8.28% 수익률을 기록했고, RISE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은 7.42% 상승했다. 이들 상품은 각각 30년 만기 미국 국채 현물과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엔화 노출형이 아닌 상품과 비교하면 수익률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일례로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올해 2.30% 오르는 데 그쳤다. 엔화노출형 상품이 3.5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낸 셈이다.
PLUS일본엔화초단기국채(합성)도 7.40% 올라 해외채권형 ETF 수익률 3위에 올랐다. 이 상품은 일본 재무성이 발행하는 만기 3개월 이내의 초단기 국채를 담는다.
엔화 노출형 상품이 성공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건 최근 엔화가 급등한 영향 덕이다. 1년 전만 해도 800원대 후반이었던 엔화 환율은 최근 1000원대를 돌파했다. 연초 1달러당 엔화 가치는 157.72에 불과했지만, 지난 21일엔 140.88까지 내리며 10% 이상 올랐다.
엔화 강세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강화로 글로벌 무역 전쟁 우려가 커지며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안전 자산이었던 미국 달러의 위상에 금이 간 상황에서 준기축통화인 엔화가 더욱 주목받은 것이다.
미·일 금리차 축소 기대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반면,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내고 최근 금리 인상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엔화 노출형 ETF 3개 상품의 자금 유입 흐름은 엇갈렸다.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하는 ACE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RISE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상품 순자산은 올해 각각 79억 원, 428억 원 줄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미국 국채 신뢰가 약해진 영향이다.
반면 트럼프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PLUS일본엔화초단기국채(합성) 순자산은 44억 원 증가했다.
당분간은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상호 관세 협상 조건으로 일본에 엔화 강세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꾸준히 일본의 대미 수출 흑자 원인으로 '슈퍼 엔저'를 꼽은 바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달러당 엔화 가치가 135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 경기 침체·관세 리스크에 대한 최고의 리스크에 대응할 최고의 헤지 수단으로 엔화를 지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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