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탓?…엔비디아 발목 잡는 건 중국보다 '트럼프'[서학망원경]
-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이번 주 화웨이의 고성능 AI칩 '어센드 910D' 개발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가 또 한 번 출렁였다. 엔비디아의 고성능칩 H100에 이어 저사양칩 H20까지 중국 수출이 막힌 틈을 타 화웨이가 H100을 대체할 칩을 개발, 곧 시제품까지 내놓을 거란 소식에서다.
이 소식이 들린 다음 날인 28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2% 떨어졌다. 일주일 전 화웨이가 현세대인 '어센드 910C'를 대량 출하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4% 넘게 빠진 뒤 겨우 회복한 시점이었다. '딥시크' 충격, 트럼프발 악재 등을 겪으며 올해만 20% 빠진 엔비디아 주가가 또 한 번 고비를 맞았다. 월가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레스건은 "중국의 AI 시장에 화웨이에 넘어갔다"고 꼬집었다.
서학개미들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 4월 한 달 간(1~29일) 국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주식을 2억5746달러어치 순매수했다. 트럼프발 악재로 인한 주가 등락에도 저가 매수 기회를 본 것이다.
화웨이발 악재에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투자은행들이 목표가를 하향했지만, 장기적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다. 레스건의 발언대로 중국 시장에선 끝났을 수 있지만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AI는 미중 패권전쟁의 핵심이다. 중국은 'AI 굴기'를 통해 장기적으로 AI 기술을 내재화하려한다. 엔비디아의 중국매출은 약 17%로 알려져 있다. 밀수 경로까지 반영하면 최대 40%까지 추산된다. 타격이 크긴 하지만 중국 리스크는 이미 예견된 리스크기도 하다. 엔비디아가 부인했지만, 중국 사업을 분리해 독립시킬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기술력이 뒤처지기 때문에 중국 외 시장에선 그리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엔비디아가 구축해 놓은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진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다.
라디오 프리 모바일 창립자 리저드 윈저는 28일 블로그를 통해 "비용 문제와 기존에 구축된 환경들로 인해 화웨이가 중국 외 시장에서 경쟁할 땐 상당한 불리함이 있을 것"이라며 "결국 화웨이가 엔비디아와 직접 경쟁할 가능성이 작아 시장 점유율 손실에 대한 우려는 과장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업황 전망도 그리 우려스럽지 않다는 분석이다. 조셉 무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25일 월가의 우려와 달리 실리콘밸리 AI기업들이 처리해야 할 데이터 과부하로 그래픽처리장치(GPU)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문제가 중국보다도 변화무쌍한 트럼프란 건 오히려 다행이다.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박스권에 갇힐 수 있어도, 중국이 따라잡기엔 아직 엔비디아의 체급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조셉 무어는 엔비디아에 관해 "향후 몇 분기 동안 H20칩 공급 제약과 수출 제한 여파로 성장력이 저하되겠지만, 공급 제약이 해결되면 2026년에는 상당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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