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더 이상 압도적 1등 아냐"…유럽·중국으로 등돌리는 투자자들
트럼프發 관세전쟁에 신뢰 하락한 미 자산, 신용등급 강등에 또 멈칫
美주식 ETF 5% 손실나도 유럽·중국 12%·3%대 올라…설정액도 증가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미국 예외주의'에 금이 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탈(脫)미국 움직임이 거세졌다. 신용등급 강등까지 맞물리며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는 더욱 약화했다. 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국 외 국가로 이동할 수 있단 예상이 나온다. 유럽·중국 등 비(非)미국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 3대 지수 모두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27% 밀렸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 지수도 각각 0.39%, 0.38% 하락했다.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에 대한 의회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국채 수익률을 주시하며 소폭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bp(0.03%p) 상승한 4.48%를 기록했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간밤 100.00까지 밀리며 기준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미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에 대한 의회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국채 수익률을 주시하며 소폭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bp(0.03%p) 상승한 4.48%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면서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지난주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까지 겹치며 시장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직전 거래일에는 '신용등급 강등은 후행 지표'라는 평가가 힘을 얻으며 뉴욕 증시가 상승 마감했지만, 간밤에는 하락으로 돌아섰다.
최근 미국은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최고 국가 신용등급을 잃었다. 무디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각) 110년 동안 유지했던 미국의 최고 등급 'Aaa'에서 'Aa1'로 강등했다. 각종 부양책과 감세 조치로 재정 적자가 급증했고, 글로벌 자본의 종착지로서 미국의 위상이 훼손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2023년 피치에 이어 마지막으로 등급을 내렸다.
뼈아픈 점은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이미 한 차례 흔들렸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2기 들어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무역 규범이 흔들리면서 미국 자산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로 인해 주식·국채·달러가 모두 약세를 보이는 ‘셀 아메리카’ 현상이 나타났다. 무역 전쟁에 대한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달엔 달러인덱스가 100선을 밑돌았고, 미국의 3대 주가지수도 모두 하락 마감했다. 한때 3.8%까지 떨어졌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다시 4% 중반대로 치솟았다.
지난 12일 미·중 무역 관세 협의로 양측이 90일간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하면서 관련 지표는 급반등했으나, 관세 쇼크 이전인 연초 수준으로는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더 이상 압도적인 1위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세기 영국의 사례처럼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AI, ICT,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양적 지표상 우위를 확보했으며, 특허·논문·수출 경쟁력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이 서비스 산업 역량과 동맹 협력을 통한 제조 공급망 확보, 재정 건전성 제고 등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만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부 1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투자자들이 미국 외 지역으로 눈을 돌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5년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는 트럼프 집권 동안 상승했는데, 금융 시장이 5년 후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을 중국이나 유로존 위기의 주역이었던 그리스와 비슷하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라며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체 자산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도 비미국 자산의 강세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 증시는 여전히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 높은 성장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미국보다는 비미국, 특히 유럽을 선호 지역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중국 역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정책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월가에서는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도 비미국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나서고 있다. 수년간 순감 추세였던 중국주식 ETF 설정액은 올해 들어 4300억 원 늘었고, 유럽주식 상품 설정액도 438억 원 늘었다. 해외주식형 ETF 수익률 역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북미주식형 ETF가 -5.36% 손실을 기록한 반면, 유럽주식(12.20%), 중국주식(3.46%), 브라질 주식(18.33%) 등은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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