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죽으러 갑니다"…'미키' 구할 보험은?[영화in 보험산책]
'미키'는 생명·제3보험에 가입 안됩니다…사람이 아니니까요
익스펜더블 전용 보험 손보사 개발 가능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Mickey 17)'이 지난달 28일 개봉했다.
'미키 17'은 친구 '티모'와 함께 차린 마카롱 가게가 쫄딱 망해 거액의 빚을 지고 못 갚으면 죽이겠다는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야 하는 '미키'의 이야기다. 미키는 얼음행성인 '니플하임'으로 떠나기 위해 스스로 '익스펜더블'(소모품)을 지원한다. 일회용 직원인 익스펜더블은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위험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역할이다.
미키는 니플하임으로 향하는 항해와 도착하는 4년 동안 16번의 죽음과 복제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그리고 미키 17은 얼음행성의 생명체 '크리퍼'와 만난 후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돌아가지만, 이미 미키18이 프린트돼 있다. 행성 당 단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둘이 된 '멀티플' 상황이다. 멀티플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익스펜더블 중 하나는 죽어야만 한다.
익스펜더블인 죽을 때마다 이전의 기억을 갖고 다시 프린트되는 '죽는 게 직업인 존재'로 정의된다. 미키는 구조와 시스템을 유지되기 위해 끊임없이 소모되는 일종의 소모품에 불과하다. 그리고 구조와 시스템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소모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익스펜더블인 미키는 보험이나 산업재해, 노동조합으로부터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 아마 미키가 익스펜더블을 선택하기 이전 마카롱 가게를 운영할 때는 보험 가입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가 익스펜더블이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이 안 되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죽는 것이 직업이고, 계속 죽음을 반복하는 사람의 계약을 인수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피보험자의 직업, 질병 등을 보험사에 알리는 고지 단계에서 미키는 가입 거절을 당할 것이 뻔하다.
단순히 '미키' 개인보험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익스펜더블의 보험가입에 대한 문제를 논의해 보면 더 복잡해진다. 우선 '미키'를 사람으로 볼 것인지가 핵심이다.
보험의 종류는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사람의 생명과 질병 등을 보장하는 사망보험, 생존보험 등과 손해보험사가 사람이 아닌 물건에 대해 보장하는 화재보험, 해상보험, 보증보험, 책임보험 등이 있다. 그리고 생명·손해보험사가 모두 판매하고 있는 상해·질병·간병보험 등의 제3보험이 있다.
영화 '미키 17'의 세계관에서 익스펜더블을 소모품으로 보고 있기 때문엔 미키를 사람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키는 죽어도 다시 프린트된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반려동물과 비슷하거나 그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
실제 현행 민법상 생명이 있는 반려동물은 물건, 재산으로 취급된다. 민법 제98조는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돼 인간이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대상으로 명시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을 법무부가 직접 발의했지만, 결국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결국, 미키는 생명보험과 제3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가장 현실성 있는 미키와 관련된 보험은 익스펜더블을 프린트하는 기계에 대한 보험 상품일 것이다. 여기에 상상력을 조금 더 추가하자면 반려견·반려묘보험 처럼 '익스펜더블 전용보험'이 개발될 수도 있어 보인다. 예를 들면 예상치 못한 '멀티플' 상황시 익스펜더블 이용자의 피해를 보장하는 상품이나, 익스펜더블이 임무수행 중 벌어질 수 있는 배상책임에 대한 상품 등이 개발될 수도 있어 보인다.
미키가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이 상품들 또한 생명보험사가 아닌 손해보험사에서 개발할 수 있다. 이는 반려동물보험을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화 '미키17'은 한 사람이 사회와 시스템을 유지하는 도구로만 치부되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그리고 있다. 이 불편함은 보험산업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과도 비슷하다. 보험이 예측할 수 없는 질병과 사고를 보장하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불신과 민원이 많은 이유는 보험산업이 근본적으로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돈으로 평가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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