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롯데손보 기본자본 개선하라"…증자 압박에 보험업계 '긴장'
금감원 "롯데손보, 기본자본 위주로 자본확충 되길 희망한다"
당국, 기본자본 확충 첫 지적…"보험사 절반은 유상증자 필요해"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금융감독원이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에 제동을 걸면서 '기본자본' 위주의 자본확충을 건전성 확보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어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이 보험사에 직접적으로 기본자본 확충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본자본 확충을 위한 방안은 유상증자가 거의 유일한데 대주주가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인 롯데손보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보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마이너스(-) 1.6%다. 보험사 중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마이너스인 회사는 롯데손보와 MG손보뿐이다.
금융당국이 롯데손보에 기본자본 확충을 언급한 만큼 여타 보험사에 자본 확충 압박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당장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앞둔 푸본현대생명, 흥국화재 등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향후 제도적 변동 등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전체 보험사 중 절반 가까이가 유상증자 등의 방법으로 기본자본 확충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8일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롯데손보 후순위채 조기상환' 관련 긴급 설명회를 갖고 "조기상환을 위한 건전성 요건 충족은 금융사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이고 이 부분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감독당국은 굉장히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롯데손보 측이 하루빨리 구체적인 자본확충 계획을 마련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초 롯데손보는 9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할 계획이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불허했다. 금융당국이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막은 이유는 롯데손보가 건전성 요건에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전날 "후순위채 상환을 위한 충분한 자금 여력을 확보한 상태이고 콜옵션을 확정적으로 행사해 공식적인 상환 절차를 개시했다"며 금감원에 맞섰다.
금감원과 롯데손보의 갈등은 지난해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 적용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 원칙모형 적용을 강하게 권고했지만, 롯데손보는 보험사 중 유일하게 예외모형을 택했다. 원칙모형 사용 시 순이익, 보험계약마진(CSM) 등이 감소하고 특히, 보험사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154.6%로 공시됐지만, 원칙모형 적용시 킥스 비율은 127.4%까지 떨어진다. 금융당국의 킥스 권고치는 150%다. 또 현행 감독규정도 후순위채 상환 후 킥스 비율이 150% 이상인 경우 조기상환을 허용하지만, 킥스 비율이 150% 미만인 경우 조기상환을 위해 다른 후순위채 등으로 차환토록 하고 있다.
금감원과 롯데손보의 갈등의 핵심은 '자본'이다. 해지율 가이드라인도 이번 콜옵션 조기상환 사태도 결국 롯데손보가 보완자본이 아닌 기본자본을 확대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월 보험업계와 만난 자리에 "보험사들이 킥스 비율 개선을 위해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을 발행해 자본의 질이 악화했다"고 지적하며 "올해는 자본의 질을 좋게 만드는 방안과 합리적인 보완자본 발행으로 이자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금융위, 보험업계와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자본의 질을 좋게 만드는 방안으로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킥스비율 산출 시 분자인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 중 손실흡수성이 높은 기본자본만을 고려한 건전성 수치다. 업계는 기본자본 킥스비율 권고치로 해외 규제 사례를 고려해 50~70% 수준이 예상하고 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말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마이너스(-)1.6% 수준이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마이너스인 보험사는 청산이 논의되고 있는 MG손보와 롯데손보뿐이다.
이 수석부원장도 롯데손보에 기본자본 확충을 요구했다. 지난 2월 이 원장이 기본자본 도입을 언급한 이후 금감원이 직접 기본자본 확충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당국의 입장에서는 롯데손보가 장기적인 지속성이 있는 기본자본 위주로 자본확충이 되길 희망한다"며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반드시 필요한 자본은 갖춰야 하고, 롯데손보도 조만간 가시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본자본을 확충하는 방법은 유상증자 또는 영업이익 확대 정도이다. 보험업 특성상 당장의 영업이익 확대에도 급격한 순이익 확대는 기대할 수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유상증자가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대주주가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 JKL파트너스는 투자목적회사(SPC) 빅튜라를 통해 롯데손보 지분 77.04%를 보유 중이다.
JKL파트너스는 지난해 상반기 롯데손보 매각을 진행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몸값으로 2조 원대의 가격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너무 과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후 롯데손보는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됐다. JKL파트너스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롯데손보의 몸값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수석부원장도 "사모펀드에 대해 당국도 인지하고 있고, 아무래도 일반주주에 비해 사모펀드는 단기적인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롯데손보가 단기 수익 극대화를 통한 주주이익보다는 필요한 자본확충 노력을 조속히 추진해 투자자, 계약자 보호를 우선시 해달라"며 당부했다.
이번 '롯데손보 콜옵션 사태'로 보험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원장이 올해 초 보험사의 '자본의 질' 개선을 언급한 이후 실질적으로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확충을 지적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콜옵션 행사일이 다가오는 보험사의 자본성 증권 규모는 5900억 원에 달한다. 푸본현대생명이 다음달 150억 원, 9월 500억 원의 콜옵션을 앞두고 있고, 흥국화재가 7월 말 400억 원, 신한라이프는 8월 말 3000억 원 규모의 콜옵션 행사일을 맞이한다. 통상 후순위채는 5년이 지나면 콜옵션을 행사한 뒤 다른 후순위채를 발행해 변제한다.
현재 가장 불안한 회사는 푸본현대생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킥스비율은 157.3%다. 이는 롯데손보보다 2%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푸본현대생명의 대주주는 대만의 푸본그룹이다. 또 흥국화재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흥국생명의 경과조치 후 킥스비율은 199.6%로 여유가 있지만, 경과조치 전 킥스비율은 154%로 푸본현대생명이나 롯데손보보다 낮은 상황이다.
당장 후순위채 상환이 아니더라도 자본건전성이 낮은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의 고민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기본자본 킥스비율 70% 미만인 곳은 KDB생명·후본 현대 생명·IM라이프·처브라이프 등 생명보사 4개사와 현대해상·롯데손보·흥국화재·MG손보·하나손보 등 손해보험 5개사 등 총 9곳이다.
여기에 100% 미만의 보험사까지 포함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기본자본 킥스비율 100% 미만인 곳은 한화생명·동양생명·ABL생명·DB생명 등 4개 생보사와 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 3개 손보사로 총 7개 보험사다.
특히, 상위 5개 손보사 중 삼성화재를 뺀 4개 손보사가 기본자본 킥스비율 100% 미만이다. 결국 39개 생명·손해보험사 중 절반 가까이 되는 보험사가 향후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본자본 확충이 필요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킥스비율은 130%까지 완화되지만,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도입되는 예정인 만큼 보험사들은 유상증자 등으로 통한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라며 "향후 후순위채 상환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건전성이 나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기본자본 확충에 대한 사모펀드, 외국계 등의 보험사의 고민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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