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3사 작년 사상 최대 매출…올해 '트럼프 관세' 최대 변수
한타·금타 영업익도 신기록…고인치·교체용 타이어 실적 견인
올 1Q 美 반덤핑 관세율 신규 확정…EUDR 시행 고무가격 들썩일수도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지난해 국내 타이어 3사가 일제히 사상 최대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고무 가격과 해상운임은 상승했지만 고인치 타이어가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 올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신규 반덤핑 관세와 유럽연합(EU)의 산림보호 규제가 예고돼 타이어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의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9조 2173억 원으로 전년 사상 최대 매출(8조 9396억 원)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금호타이어(073240)의 매출 컨센서스는 4조 4923억 원으로 2012년 사상 최대 매출(4조 706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넥센타이어(002350)도 2조 8940억 원의 매출로 2023년 매출 신기록(2조 7017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영업이익은 최소 2개 사에서 신기록 수립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조 7259억 원, 5958억 원으로 2023년 각 사 사상 최대 기록(1조 3279억 원· 4110억 원)보다 많다. 넥센타이어는 210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 대비 7.1% 증가한 것이지만 2015년 기록(2249억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대외 여건은 좋지 못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당 152센트에 거래됐던 고무 가격은 같은 해 9월 211센트까지 뛰었다. 통상 고무 가격으로 대표되는 원자잿값은 타이어 생산 비용의 과반을 차지한다.
그다음으로 비용 부담이 큰 해상 운임은 지난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연평균 2506.27을 기록해 전년(1005.79) 대비 1.5배 가까이 급등했다. 여기에 더해 타이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신차용 타이어(OE) 판매는 약세를 보였다. 지난해 경기 침체로 글로벌 신차 판매 성장률이 전년(9.0%)보다 낮은 2.0%에 그쳐서다.
그럼에도 타이어 매출의 70%가 나오는 교체용 타이어(RE) 판매가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이면서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또한 수익성이 좋은 고인치 타이어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에 도움이 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비중은 △한국타이어 46% △금호타이어 42% △넥센타이어 35.9%로 전년 대비 3%포인트(p)가량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인기가 계속된 데다 중형 세단에도 고인치 타이어를 적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판매 단가가 높은 고인치 타이어 판매 증가로 수익성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타이어 제조사 기술력이 호평받으면서 미쉐린, 굿이어 등 1티어 타이어를 장착했던 유럽·미국 소비자들이 타이어 교체 시 한국 브랜드를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올해 실적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한국산 타이어에 대한 반(反)덤핑 관세율이 어떻게 정해질지 지켜봐야 한다. 미국 상무부는 2021년부터 한국산 타이어가 자국 시장에서 공정 가격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며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왔다.
2021년 1월~2022년 6월 판매 물량에 대해선 △한국타이어 6.3% △금호타이어 5.4% △넥센타이어 4.2%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2022년 7월~2023년 6월 판매 물량에 대해선 올해 1분기 반덤핑 관세율이 고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 카드'를 꺼내든 만큼 관세율은 지금보다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각각 미국 테네시주와 조지아주에 타이어 생산 공장을 갖고 있어 반덤핑 관세에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넥센타이어는 현재 미국 공장이 없는 상태다. 다만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도 미국 공장 생산 능력(캐파)이 현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현지 생산으로 반덤핑 관세를 100% 무력화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오는 12월에는 EU의 '산림전용방지법(EUDR)'이 시행돼 올해 하반기 국제 고무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UDR은 팜유, 소고기, 커피, 코코아, 콩, 고무, 목재 등 7개 품목이 2020년 12월 이후 벌채된 토지에서 생산된 경우 해당 품목 및 가공품의 EU 역내 수입·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준비 부족을 이유로 시행 직전 1년 연기됐다. 고무 산지인 태국과 말레이시아 일대 EUDR 인증 업체가 한정적이라 지난해 하반기 고무 가격이 크게 오른 원인으로 지목됐다. 업계 관계자는 "EUDR 인증 경작지가 늘고 있다"며 "고무 재배업체와 타이어 제조사 모두 규제 대응 시간을 번 만큼 EUDR 시행에 따른 충격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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