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관세 쓰나미 시작…'영업이익 1조' 감소, 부품사도 타격 우려
[트럼프 관세 현실화]③최대 시장 美 가격 인상·소비 감소 악순환
현대차 등 업계 美 생산 확대해 대응…'글로벌 공급망' 재편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달간 유예했던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트럼프발 자동차 관세 쓰나미가 시작됐다.
업계는 비상이다. 단기적으로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미국 내 소비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우려에서다. 트럼프가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촉구하는 만큼 미국을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기아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 등 멕시코에 공장을 운영 중인 부품사들 역시 피해가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장이 없지만 기아는 멘테레이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만 26만8000대를 생산해 이 중 65%에 해당하는 17만4200대를 미국에 팔았다.
특히 북미 전략형 준중형 세단 K4는 전량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에서 판매한다. K4는 지난해 약 12만 대를 미국으로 수출했으며, 올해도 지난 1월 미국에서 1만1616대를 판매하며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멕시코 관세 25% 부과 시 약 1조 원의 영업이익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부정적이나, 가격 인상 등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아 외에도 현대모비스·현대트랜시스 등 부품사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이들 기업은 기아 몬테레이 공장 인근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현대차·기아 북미 생산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멕시코 내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관세로 인한 피해가 적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미국 전체 판매량 중 멕시코산은 18% 수준에 불과하다. 경쟁 업체들에 비하면 규모는 작은 편이다.
다만 이번 관세 조치가 트럼프발 자동차 관세 쓰나미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관세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는 앞서 트럼프 자동차에 대한 보편관세를 예고했다. 유럽의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겨냥한 것인데, 자동차 무역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 역시 관세를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관세 압박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압박을 미국 내 투자, 생산시설 확대를 위한 협상용 카드로 보고 있다. 실제 트럼프는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면 미국 내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이런 압박에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혼다는 인기 모델인 시빅-하이브리드 차량을 2027년부터 멕시코에서 생산하기로 한 계획을 포기하고,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 역시 올해부터 본격 가동될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HMGMA의 연간 생산 규모는 30만대다. 부지 등을 고려할 때 생산량을 연간 50만대까지 늘릴 수 있다.
이 경우 기존의 앨라배마, 조지아 공장을 더해 최대 120만대를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 170만 대의 70% 규모다. 다만, 아직 가동되지 않은 공장의 추가 증설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수입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 내 제조 원가가 오를 수도 있다. 국내 생산 물량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데 대한 노조 반발도 변수로 꼽힌다.
이번 관세로 자동차 산업은 직격탄을 맡게 됐다. 미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소비시장이다. 그동안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들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관세 없이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할 수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규모 공장을 지으며 미국 시장을 공략해 왔다.
특히 멕시코는 단일 국가 기준 미국의 최대 자동차 수입국이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자동차 수입은 800만대로 전체 판매량의 절반가량이다. 이중 멕시코가 296만대로 가장 많았다.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26%, 닛산은 34%를 멕시코에서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절반에 가까운 49%를 멕시코에서 생산했다. 토요타의 경우 멕시코산은 10%에 불과하지만, 캐나다산 물량을 더하면 전체 판매량의 40%를 두 나라에서 생산해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관세가 적용될 경우 당장 가격 경쟁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 컨설턴트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에 따르면 관세 부과로 차종에 따라 최대 약 9000달러(약 1300만원)의 가격 인상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 인상은 차량 경쟁력 감소와 함께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자동차 업체가 멕시코와 캐나다 관세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포드의 짐 팔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자동차 업계 행사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 자동차 업계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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