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완 볼보 CEO "韓서 싸게 파는 이유? 치열한 경쟁 때문"
"韓 고객 기술 지식 우수, AS 기대 부응하기 위해 노력"
"美 생산 늘려 트럼프 관세 대응…완전 자율주행, 갈 길 멀어"
- 김성식 기자
(스톡홀름=뉴스1) 김성식 기자
"한국 지사에 전화해야 할 것 같다. 한국 시장은 완성차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볼보차 가격이 좋다는 지적에 짐 로완 볼보차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답이다.
그는 또 "한국 고객들은 기술에 대한 지식이 매우 많기 때문에 기술에 투자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애프터서비스(AS)도 중요하게 여겨 이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짐 로완 CEO는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준대형 순수 전기 세단 'ES90' 공개 글로벌 기자회견 직후 한국 취재진과 별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더 많은 차를 생산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다행히 볼보차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찰스턴에 생산 공장이 있고 공간도 충분하기 때문에 생산량 증대는 비교적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시점은 계속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4월 2일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은 현행 2.5%에서 최대 25%로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지난 4일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에는 25%의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미국 백악관은 멕시코·캐나다산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를 한 달간 면제한다고 밝혔다.
스웨덴과 벨기에, 중국 등에 주요 생산 거점을 갖고 있는 볼보차 역시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인상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찰스턴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연간 최대 물량은 약 15만대다. 로완 CEO는 "일단 관세가 실제로 인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실행된다면 이에 대응할 몇 가지 옵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유럽연합(EU)의 대(對)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소형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30'의 생산지를 중국에서 벨기에로 옮긴 점을 대응 사례로 거론했다.
다음은 주요 문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볼보차들이 가격이 좋은 편이다. 비결이 있나? 특히 EX30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저렴하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웃으면서) 한국 지사 영업 부문에 전화해야 할 것 같다. 각 시장의 경쟁이 어떻게 되는가를 봐야 한다. 한국 시장은 완성차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그러한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 고객들은 기술에 대한 지식이 매우 많기 때문에 기술에 투자하려고 노력 중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해선 애프터서비스(AS)도 중요하게 여겨 이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신차를 순수 전기차(BEV)로 판매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지난해 9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까지 포함해 90%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유럽이 직면한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로 볼보차의 전동화 전환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봐야하는지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지역에선 BEV 전환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전환이 더디게 진행 중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볼보차에는 마일드하이브리드, PHEV 순수 전기차 기술이 있다. 우리는 전기차를 운전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그렇지 못한 소비자들을 위해 PHEV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볼보차는 지난 2년간 기록적인 판매량과 수익을 달성했다.
-2023년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단언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볼보차는 우수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갖췄음에도 이를 반(半)자율주행 기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런 표현에 인색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ADAS와 완전 자율주행(AD)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나는 완전 자율주행이 운전자가 도로에서 눈을 떼고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고 본다. 완전 자율주행은 아직도 실현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자율주행 레벨 5라고 본다면, ADAS는 레벨 2에서 4 사이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각 레벨의 ADAS와 관련된 모든 기술을 스스로 개발 중이다. 마침내 레벨 5가 가능해지고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될 때 완전 자율주행이라고 명명하겠다.
-ES90에는 지난해 출시된 준대형 순수 전기 SUV 'EX90'에 이어 두 번째로 볼보차의 전기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모듈인 '슈퍼셋 테크 스택'이 탑재된다. 이러한 소비자 친화적인 기술이 중장기적으로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지 답변해 달라.
▶미래 자동차 산업에 관해 얘기할 때 다들 전동화에만 집중하지만, 코어 컴퓨팅 기술에 대한 변화가 더 크고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원하지만 동시에 주행과 인포테인먼트 기술이 보다 똑똑해지길 기대한다. 스마트폰처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더 나은 소프트웨어가 무료로 계속 업데이트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차를 구입한 후 처음 차고지를 나설 때가 그 차의 성능이 가장 좋은 때라고 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볼보차는 올해 250만 대의 차량을 무료로 최신 사용자 인터페이스(UI)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슈퍼셋은 이러한 업데이트를 더욱 용이하게 해 충성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볼보차의 순수 전기 신차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SUV가 아닌 세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단을 선호하는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동급 내연기관인 'S90'의 전통적인 세단 외관을 갖고 가면서도 이를 전기차로 바꿀 때 좀 더 현대적인 디자인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패스트백을 적용했지만, 여전히 세단이다. 이러한 디자인 덕분에 1회 주행으로 최대 700㎞를 달릴 수 있고 2.5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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