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中 전기차 유럽 공습의 이면…'신의 한수' 된 볼보 인수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안전은 볼보자동차의 '심장'입니다. 우리가 차에 담는 모든 것들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려는 목적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주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에서 열린 볼보자동차의 신형 순수 전기(BEV) 세단 'ES90' 공개 행사. 오사 하그룬드 볼보차 안전센터장은 ES90을 "안전의 새 시대를 여는 차세대 자동차"라고 소개하며 한 말이다.
곧이어 하그룬드 센터장은 ES90이 마주 오는 차와 충돌하는 실험 영상을 재생했다. 차는 산산조각 났지만 더미(자동차 충돌 테스트에 쓰이는 인형)는 멀쩡했다. 신차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사고 영상이 나오는 건 드문 일이다. 안전에 대한 볼보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볼보차의 '안전 제일 DNA'는 이제 모기업인 중국 지리자동차에도 자리 잡았다. 2010년 볼보차를 포드로부터 18억 달러(당시 약 2조 원)에 인수한 지리차는 볼보차의 주행 안전성과 간결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학습해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를 2021년 출범했다. 2023년 12월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현재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 3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지커의 소형 전기 SUV '지커 X'는 지난 1월 유럽 신차 안전 프로그램 유로 NCAP이 실시한 평가에서 '가장 안전한 소형 SUV'와 '가장 안전한 순수 전기차' 등 2개 부문에 선정됐다. 포르쉐 '마칸'과 도요타 'C-HR'은 물론 형님 격인 볼보차 'EX30'도 뛰어넘었다.
지리차의 볼보차 인수는 양사 모두에 이익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볼보차는 인수 이후 지리차로부터 안정적인 자금을 수혈받으면서도 독자적인 경영권을 보장받아 2세대 SUV 'XC60'과 'XC90'을 개발해 2015년 출시했다. 이를 계기로 2009년 33만 대까지 떨어졌던 연간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76만 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볼보는 2019년 처음으로 1만 대 판매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년 연속 수입차 판매 순위 4위를 수성했다. 지커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한국 시장에 들어올 예정이다.
현장에서 지켜본 볼보는 모기업이 중국이지만 '중국차는 성능과 안전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어울리지 않았다. 볼보 DNA를 이식받은 지커 역시 기존 중국차와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발표회가 끝날 때까지 거대 자본에 기술력까지 갖춰가는 중국차의 공습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머리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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