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관세 25% '한국GM' 존립 위기…비용만 3조 원
전체 83% 미국 수출…소형차 위주 수익성·가격 경쟁력 악화 우려
커지는 한국시장 철수설…한국GM 사실상 대안 전무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부과로 한국GM의 위기설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GM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생산기지 역할을 하며 미국 시장에 저가 자동차를 공급해 왔지만, 이번 관세 조치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존립 자체가 위험한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산업 기반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끔찍한 불균형을 해결할 것"이라면서 이날 자정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관세는 3일(현지시간) 0시부터 적용된다.
이번 조치로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는 2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2012년 한미FTA 이후 누려온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위는 자동차로, 143만2713대를 수출했다. 수출액은 347억 달러(약 50조 4500억 원)에 달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관세 25%의 관세가 적용되면 자동차 수출액이 2024년 대비 63억5778만 달러(약 9조 17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한국GM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GM은 49만9559대를 생산해 95%인 47만4735대를 수출했다.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8.5%인 41만8782대다. 전체 판매량의 83.8%가 미국으로 향한 셈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델은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집중돼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해 29만5099대를 수출하며 2년 연속 승용차 수출 1위를 차지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17만8066대 수출하며 4위를 차지했다.
두 차종은 2만 5000달러(약 3600만 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 내 저가 자동차 시장에서 인기가 많다. 업계에 따르면 소형 SUV의 마진율은 한 자릿수다. 25%의 관세가 붙으면 수익성은 물론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악화돼 판매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관세 적용 시 두 차량의 가격은 3만 1000달러(약 4500만 원)까지 오른다. 대당 900만원 가까운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수출 물량인 42만대를 기준으로 하면 3조 원 이상의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이는 한국GM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은 2023년 영업이익 1조350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수출이 늘어나면서 더 나은 실적이 기대된다. 하지만 관세 적용 시, 비용이 더 늘어나면서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
이같은 전망은 GM의 한국시장 철수설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GM은 앞서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 현지 공장을 매각, 해외 생산기지를 철수했다.
2018년에는 글로벌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 사업장 철수도 추진했다. 당시 정부가 한국GM에 공적자금 8100억 원을 투입하면서 GM은 군산 공장만 문을 닫고, 10년간 한국 사업장 유지를 약속했다.
당시 약속까지 3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더해지면서 철수설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부평공장 휴업설도 나오고 있다. 한국GM은 철수설과 휴업설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한국GM 위기설을 키우고 있다. GM이 미국 회사로 관세를 피하기 위한 '현지 생산' 전략을 펼칠 수 없다. 오히려 당장 관세 영향이 적은 다른 나라로 공장을 이동하거나 생산 물량을 조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GM의 한국 철수설에 명분을 줄 수 있다. 산술적으론 GM이 공장을 매각하고 철수하는 게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GM 본사의 의사결정에 전적으로 회사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자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제한적이다. 업계에서는 생산 효율성 증가, 구조조정 등을 통해 관세로 인한 비용을 상쇄하는 방안 정도를 한국GM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한국GM 입장에선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비용 절감을 노리는 방법밖에 없다"면서도 "경직한 한국의 노사관계 속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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