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캐즘에 車업계 '비명'…투자 축소, 경쟁사에 배터리 납품
4월 美 신차 판매 9.9% 늘었지만 전기차 판매 5.6%↓
수입차 관세에 업계 부담 가중…전기차 판촉 여력 상실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꾸준히 성장하던 미국 전기차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두 번째 자동차 시장인 미국이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에 직면하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관련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또 기존에 갖고 있던 배터리 공장 지분을 매각하거나 경쟁 업체와 공유하면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23일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약 1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9.9% 늘어난 146만 대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직전 월인 지난 3월과 비교하면 전기차 판매는 5.9% 줄어들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 2020년 25만 대였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48만 대 △2022년 80만 대 △2023년 120만 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30만 대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이로써 미국 전체 신차의 2%에 그쳤던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 8%까지 올라왔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 1분기에도 지속됐다. 지난 1~3월 미국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3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그러나 4월 들어 전기차 시장이 뒷걸음질 친 것이다. 또 다른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모터 인텔리전스는 2021년 이후 미국 월별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한 건 세 번에 그쳤다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짚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투자 긴축에 돌입했다. 지난해 미국 신차 시장 5위를 기록한 일본 혼다는 2031년까지 10년간 10조 엔(약 96조 원)을 전기차 기술 개발에 투자하려던 계획을 7조 엔 규모로 축소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또한 캐나다에 150억캐나다달러(약 15조 원)를 들여 짓기로 했던 전기차·배터리 공장 건설도 2년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 시장 3위 포드는 SK온과 합작한 미국 켄터키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일본 닛산과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소식통을 인용해 닛산과 포드·SK온이 배터리를 닛산에 납품하는 것을 두고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공장은 그간 포드 전용 배터리만 만들었다. 전기차 생산 감소로 배터리 공장 2개 동 중 1개 동만 가동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자 경쟁사인 닛산에 배터리를 납품하게 됐다.
미국 시장 1위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8일 미국 미시간주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지분을 합작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전량 매각했다. 이로써 양사의 미국 배터리 합작 공장은 3곳에서 테네시주, 오하이오주 2곳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들 공장에선 GM의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가 생산되는데, 가동률이 테네시 40%, 오하이오 80%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시장 4위 현대자동차(005380)는 오는 27일부터 나흘간 울산공장에서 주력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5'와 '코나 일렉트릭(EV)' 생산을 일시 중단한다. 두 차종의 생산 중단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올해부터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HMGMA에서 전기차 현지 생산이 본격 시작된 데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흔들린 가장 큰 배경으로는 지난달 3일부로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 중인 수입 자동차 25% 추가 관세가 꼽힌다. 가격이 비싼 전기차의 경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앞다퉈 판촉 행사를 전개했는데, 관세 부담에 할인 여력을 상실했다. 지난달 미국 전기차 평균 할인 금액은 14% 감소한 6888달러(951만 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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