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강국으론 미래 없다…제조-서비스 융합수출 새 엔진 삼아야"
무역협회 '제조-서비스 융합 수출 확대 방안' 보고서
"서비스 시장 쑥쑥 크는데 韓 제조업 편중…오락가락 정책 발목"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대한민국의 저성장 국면 장기화를 타개하려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융합한 수출 모델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삼아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21일 나왔다.
전자기기 제조사인 네덜란드 필립스는 한국·미국 등 40여개국에 진출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스마트 센서 기술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가 제조·생산 데이터와 노하우에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DX)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 설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제조-서비스 융합 수출의 한 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제조-서비스 융합 진단과 수출 확대 방안' 보고서를 통해 "상품 제조업에 편중된 수출구조로는 추가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이같은 제조-서비스 융합 수출 확대를 제안했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지만, 동시에 산업 구조가 제조업에만 편중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상품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총수출의 80%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서비스 수출 규모는 세계 18위로, 총수출에서 서비스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에서 답보 중이다. 2013년 이후 글로벌 서비스 수출 시장이 연평균 5.0% 성장한 반면, 상품 수출은 2.3% 성장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고서가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우리 서비스 수출이 전 산업에 유발한 부가가치는 2022년 기준 약 160조 원으로 2015년(86조 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보고서는 '제조-서비스 융합 수출' 가능성에 주목했다. 서비스업 중 제조업 가치사슬과 밀접하게 연계된 서비스 분야인 △연구개발(R&D) △정보통신기술(ICT) △가공 △지식재산권 △유통 △유지보수 6대 업종 대표적이다.
이들 6대 분야의 부가가치·생산·취업 유발 효과는 2015년 대비 2022년 103%, 116%, 30%씩 큰 폭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 분야의 성장률은 67%, 69%, 18%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성장세다.
문제는 한국의 제조-서비스 융합 경제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이다.
한국 제조업의 서비스 중간재 투입 비중은 2015년 이후 20% 중반 수준에 정체되면서 주요 제조업 강국(독일·네덜란드·일본·한국·중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 제조 기업의 연구개발(R&D) 서비스 투입 비중은 4.6%로 주요 5개국 중에서 1위이지만, 제조-서비스 융합 수출) 비중은 21.1%에 그쳐 주요 5개국 중 가장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일본·중국·네덜란드 4개국의 비중은 32.0~37.4%로 10%포인트(p) 넘게 격차가 벌어졌다.
한국의 제조업 수출 대비 디지털 서비스의 수출 비중도 2008년 이후 하락하며 일본과 함께 주요 5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55%에 그쳐 네덜란드(93.0%), 독일(67.0%), 중국(60.0%)보다 한참 낮았다.
보고서는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도 제조-서비스 융합 수출을 일찌감치 키우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국은 김대중 정부(1998~2003년)를 시작으로 제조-서비스 융합 전략을 수립했으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책을 도입한 탓에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주요국들은 일관된 정책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산업 성장을 뒷받침했다. 독일은 2006년 발표한 '첨단기술전략'을 현재까지 계승해 제조 과정에서 첨단 기술 서비스 활용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의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1994년 연구개발진흥법 시행 후 30여년간 일관된 방향으로 제조-서비스 융합을 도모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는 제조-서비스 융합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전반적인 규제 완화와 함께 △중장기 로드맵 제도화 △기업 지원 확대△제조 기업의 인식 전환 등을 제안했다.
예컨대 제조업과 밀접한 소프트웨어·설루션·지식재산권 등은 서비스 공정률 기준으로 수출 대금을 지급해서 대금 미회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제조 기업이 적극적으로 서비스 수출에 나서도록 서비스 수출 대상 보험 부보율을 상향하는 방식으로 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무현 무협 수석연구원은 "제조-서비스 융합 수출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성장엔진으로 잠재력을 입증했다"며 "제조업과 서비스를 별개의 산업으로 인식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산업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정책 당국과 기업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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