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휴일·심야 藥 플랫폼 역할 톡톡…품목은 12년째 제자리
해열제 등 안전상비의약품 11종 판매…취약시간대 수요 급증
지방 점포 등 의료 취약 지역 판매 증가로 품목 재정비 목소리
- 김명신 기자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코로나19에 이어 독감 대란이 이어지면서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의약품 플랫폼 대안이 되고 있다.
편의점은 의사나 약사의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감기약, 해열제 등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심야 시간대나 공휴일 등 취약 시간에 구입할 수 있어 가벼운 증상이나 응급 시 대응책이 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3사의 최근 3년간 의약품 판매 추이에서 GS25는 2022년 30.2%, 2023년 36.0%, 2024년 16.1%를 기록했으며 CU는 23.1%, 16.9%, 15.4%, 세븐일레븐은 30%, 20%, 15%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마트24의 경우 2018년 대비 지난해 86% 증가했다.
취급 의약품 중 4사 모두 해열, 진통, 소염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으며 타이레놀(500mg)이 가장 많이(45%) 판매되고 있다.
무엇보다 20~24시 심야시간대 매출이 전체의 35%로, 요일로는 주말이 40%를 차지했다. 약국이 영업하지 않은 취약시간대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는 2012년 약국이 문을 닫는 공휴일과 야간 등에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는 취지로 약사법이 개정됨에 따라 시작됐다.
해당 의약품은 품목의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감기약, 해열제, 소화제, 파스 등 총 13개 품목으로 지정됐으며, 시행 초기 20개까지 지정이 가능했다.
그러나 어린이 타이레놀 80mg과 타이레놀 160mg이 2021년 생산이 중단돼 13종 중 2종의 판매가 끊긴 채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한 안전상비약은 △타이레놀(500mg) △어린이 부루펜시럽 △판콜에이 △판피린티 △베아제 △닥터바아제 △훼스탈골드 △훼스탈플러스 △제일쿨파프 △신신파스 아렉스 11종이다.
정부는 2017년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에 관한 고시' 개정을 통해 판매 품목 조정에 나섰지만 무산됐다. 의약품 전문가인 약사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약을 정해 구매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반대에 부딪혀 1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편의점은 코로나와 독감 대란, 취약 시간대 응급 구매 등을 통해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의약품을 구매하는 의약 플랫폼이자 대안이 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설 명절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의 명절(설, 추석) 의약품 판매는 평소 대비 수요가 급증한다. CU에 따르면 명절 연휴 의약품 매출은 2022년 22.6%, 2023년 30.2%, 2024년 25.5%로, 지난해 추석 기간(9월 13~18일)은 직전 주(9월 6~11일) 대비 49.4% 올랐다. GS25의 경우 지난해 설과 추석 연휴(6일간) 동안 직전 주 대비 128.4% 급증했다.
A 편의점 관계자는 "매년 명절이 되면 안전상비의약품의 경우 점별 보유 물량을 3~5배 확충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의료 공백까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긴급 구매처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안전상비약 수요는 병원이나 약국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겨울 독감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1월 1주 차 CU의 지방권 점포 감기약 매출은 전년 대비 39.2% 매출이 급증했다. 이는 서울 및 수도권(23.6%)에 비해 약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GS25의 읍,면 단위 이하에서 운영되고 있는 매장 1500여 곳의 안전상비약 매출은 타지역 소재 평균 대비 약 10.5% 높았다. GS25는 울릉도, 백령도, 마라도까지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의약품 사각지대에 '보건 플랫폼' 대안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는 24시간을 운영하고 약사회의 교육을 수료한 자에 해당한다. 편의점들은 안전상비의약품 발주는 '24시간 운영점'에 한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점주 역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교육 수료 후 수령하게 되는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등록증을 담당 직원에게 전달하고 이를 본사 시스템에 등록해야 발주가 가능한 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의 판매가 허용된 이후, 소비자들은 편리성에 더해 취약시간대 구매가 증가하면서 지사제, 화상연고 등 응급 상황 대응 품목으로 확대를 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논의나 협의는 전무하다"면서 "의료 공백 속에서 지방 등 취약 지역에서의 판매도 증가 추세인 만큼 편의점의 공적 역할 확대를 위해 품목이 조금이라도 늘어났으면 하는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lila@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