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개인투자자 수천억 피해 가시화…'사태 악화' 번질까
ABSTB 4000억·CP 등 2000억 디폴트…대규모 손실 불가피
기업회생 직전까지 CP 발행…홈플러스 "신청 후에야 알아"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 신청 여파로 관련 채권에 투자한 개인들이 수천억 원의 대규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 피해자들도 집단행동을 개시했다.
최근 홈플러스가 상거래 채권 상환 대책을 내놓는 등 정상화에 나섰지만, 업계에선 개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밝혀진다면 여론 악화로 인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2일 증권·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채무 불이행이 발생한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규모는 약 4000억 원이다. ABSTB는 홈플러스가 상환 의무를 부담하는 카드 대금 채권을 기초로 유동화한 채권으로, 실질적인 담보 자산이 없어 홈플러스가 카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채권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는다.
해당 채권을 샀던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10일 채무 불이행에 따라 만기 된 채권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사실상 손실을 눈앞에 두게 됐다. 업계에선 채권 4000억 원 중 3000억 원 이상이 일반 개인·법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기업어음(CP) 및 전자단기사채 1880억원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SC제일은행·신한은행은 지난 10일 홈플러스 어음을 부도 처리했다. 부도난 CP는 금융기관 보유분이지만, 이 중 상당수는 재판매(셀다운)를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홈플러스 ABSTB와 CP·전단채 등에 투자한 개인 및 일반 법인의 투자금이 약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홈플러스에 1조 2000억 원을 빌려주면서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확보한 메리츠금융그룹은 그나마 회수 가능성이 크지만, 이들 개인 투자자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 측은 ABSTB 및 CP에 대해 판매 주체가 증권사인 만큼 자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신용카드로 구매한 후 신용카드사가 보유한 채권을 증권사가 투자목적회사를 설립해 인수한 후 직접 ABSTB나 기업 CP를 발행한 것"이라며 "그중 일부가 증권사들에 의해 리테일 판매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홈플러스가 기습적인 기업회생 절차 신청 직전까지 CP를 발행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홈플러스가 가장 최근 발행한 CP는 지난달 25일로, 기업회생 절차 신청서 제출(지난 4일) 일주일 전까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도 기업회생 신청을 알면서도 CP 발행을 하는 등 사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측은 "회생 신청 후에야 리테일로 판매된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하지만, 금융 및 유통업계에선 소매 판매 구조상 모를 수가 없었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채권을 발행하려면 증권사와 조건을 논의하는데, 보통은 전체 판매 금액 중 개인 투자자분을 얼마로 할지 논의한다"고 말했다.
최근 홈플러스가 납품 중단 사태를 수습하고 상거래 채권 상환 대책을 내놓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개인 투자자 피해 발생은 또 다른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유통업계에선 홈플러스가 채권 발행 과정에서 부정 가능성을 인지했다고 밝혀질 경우, 여론 악화 등으로 인해 사태 수습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의도적으로 개인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넘겼다고 밝혀질 경우에는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미리 알면서도 증권사를 통해 ABSTB를 발행하는 등 사기 혐의에 대해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 투자자들도 대응에 나섰다. 홈플러스 ABSTB 투자자들은 1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홈플러스가 발행한 ABSTB를 상환이 유예되는 금융채권이 아닌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테스코 시절부터 약 7000억 원 규모의 CP·전단채 등을 매월 정기적으로 발행해 단기 운전자본을 확보해 왔고, 이는 다른 모든 기업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재무활동"이라며 "CP 및 ABSTB도 다른 금융채권과 마찬가지로 이후 회생절차에 따라 상환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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