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못 낮추면 못 살아남아"…온·오프 가리지 않고 'PB 올인'
마트·편의점 등 유통업체 'PB 강화'…매출도 '활짝'
'새 시장 창출' 목적도…쿠팡 등 온라인도 PB 확대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경기 침체와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유통업계 내 일반 제조사 브랜드(NB)보다 저렴한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실적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잠재력도 보이면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를 가리지 않고 PB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추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오는 30일까지 'PB 페스타'를 통해 PB 식품인 '오늘좋은'과 '요리하다' 제품 500여 개를 최대 50% 할인한다. 식품뿐만 아니라 '3겹 화장지', '천연펄프 키친타월' 등 생활필수품도 대상이다.
편의점 업계도 PB 상품을 통해 상품 가격을 낮추고 있다. 최근 세븐일레븐은 계열사인 롯데마트와 협업해 '세븐셀렉트 대용량 파우치 음료'를 내놨다. 100mL당 300원꼴로, 일반 제품보다 50% 저렴하다.
이들이 PB 상품에 집중하는 이유는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최근 경기 침체와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낮은 가격'이 소비자 선택을 받는 기준이 됐고, 결국 품질과 가성비를 동시에 갖춘 PB 상품을 얼마나 갖췄는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실제로 주요 유통업체들은 가격을 전면에 배치하며 가성비를 강조하는 추세다. 이마트24는 '1900김밥' '900삼각김밥' 등 PB 상품의 이름에 가격을 넣었고, GS25도 최근 '1400페트커피', '천냥숙주나물'을 선보였다.
성과는 즉시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PB 매장 '노브랜드'가 지난해 1조 39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론칭 첫해인 2015년 실적(234억 원)을 10년 동안 60배 가까이 키운 셈이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PB 매출이 품목별로 최대 67% 늘었다.
편의점 CU 역시 지난해 PB 매출이 전년 대비 21.8%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PB 브랜드 '득템 시리즈' 매출은 전년 대비 116% 커졌다. 이마트24도 1900김밥 등 '상상의끝' PB 상품 9종 중 6종이 해당 카테고리 내에서 올해 판매 1위다.
업계는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PB 브랜드를 확대하는 추세다. 홈플러스는 기존 1400종의 PB 제품을 연내에 2000종까지 늘린다. 편의점 CU도 기존 PB 브랜드 '헤이루'를 '피빅(PBICK)'으로 리브랜딩했고, 디저트 브랜드 '당과점'을 론칭했다. GS25는 초저가 PB '리얼프라이스' 상품을 연내에 100종 이상으로 확대한다.
시장이 커지면서 출시 목적이 가성비가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PB 상품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동안 해당 채널에선 취급하지 않았던 상품이지만, 일상에선 필요한 대중적인 제품을 선보이면서 경쟁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9일 자체 브랜드 '세븐셀렉트'를 통해 수피마 원단의 9000원대 티셔츠를 출시했으며 양말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편의점의 중점 상품은 '푸드'였지만, 최근 편의점이 근거리 쇼핑 채널로 발전하면서 앞으로는 '패션·뷰티' 상품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PB 상품은 마트·편의점 같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채널에서도 확대되는 추세다. 쿠팡에 따르면 PB 브랜드인 'CPLB'에 상품을 제조·납품하는 중소 파트너사 수가 2019년 160곳에서 지난해 말 기준 630곳으로 4배 증가했다.
패션 분야도 PB 상품이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홈쇼핑은 최근 애슬레져 PB 브랜드 '아카이브 1.61'을 론칭하면서 주요 고객층을 겨냥했다. 쇼핑엔티도 자체 패션 브랜드 '오디브(ODV)'가, KT알파는 패션 PB 브랜드 '르투아(LE TROIS)'가 각각 2025년 봄·여름 신상품을 출시했다.
뷰티 제품과 관련해서도 쿠팡은 지난 1월 CPLB 브랜드의 '엘르 파리스' 화장품 라인을 확장했고, 11번가도 기초 화장품 PB 브랜드 '싸이닉'을 통해 선케어 신제품 2종을 출시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에선 가성비에서 출발한 PB 상품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필수 전략이 됐다"며 "현재 실적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잠재력도 있어 다양한 상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themoon@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