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흔들리는 온라인쇼핑 시장…종합몰 앞서나가는 '버티컬'
패션·식품 등 특정 사업 전문…거래액 비중 '역대 최고'
종합몰 실적은 뒷걸음질…취약한 자금력·규모는 숙제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전문 쇼핑 채널인 '버티컬' 업체들이 대거 약진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여러 상품을 취급하는 종합몰의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 쇼핑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다만 전반적인 소비 침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업체 간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합종연횡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에서 전문몰(버티컬 업체)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월보다 0.8%포인트(p) 오른 44.0%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고치다. 2월 거래액도 9조 26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었다.
실제로 버티컬 업체들의 약진은 두드러지는 추세다. 패션 분야의 경우 무신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5.1% 증가한 1조 2427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고, 영업이익도 1028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에이블리(에이블코퍼레이션)도 지난해 거래액 2조 5000억 원, 매출 3343억 원을 올리며 3년 전보다 각각 3.6배씩 늘었다.
식품 분야에서도 컬리가 지난해 137억 원의 조정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을 기록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고, 매출도 전년 대비 5.7% 증가한 2조 1956억 원을 기록했다. 가구 및 인테리어 분야에선 오늘의집(버킷플레이스)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2879억 원이었으며, 적자를 끊어내고 첫 흑자 전환했다.
반면 여러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종합몰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에서 종합몰의 비중은 56.0%로, 2023년(61.6%) 이후 계속 내리막이다. 2월 거래액(11조 7984억원)도 전년 동월 대비 1.2% 감소해 7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11번가·G마켓·SSG닷컴 등 국내 주요 종합몰은 쿠팡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버티컬 업체들이 약진하는 바탕은 패션·식품·인테리어 등 특정 사업 분야의 경쟁력이다. 가령 무신사의 경우 e커머스 종합몰에선 상대적으로 매출 비중이 낮은 패션 분야에서 브랜드·상품 기획력을 앞세워 소비자를 자체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특히 최근 쿠팡이 압도적인 매출을 올리면서 온라인쇼핑 시장 경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쿠팡처럼 아예 경쟁력이 강한 종합몰이나 특정 분야를 주 업종으로 하는 전문몰로 양극화되고, 그 외 기성 온라인 종합 쇼핑몰은 점차 파이를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버티컬 업체는 대부분 신생사인 만큼 규모가 작고, 사업도 패션·식품 등 특정 분야에 특화돼 기본적인 시장이 작다. 자금력이 취약해 해당 사업의 업황이 부진할 경우 얼마든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명품 버티컬 업체인 발란은 최근 미정산 사태 끝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선 지금의 전반적인 소비 부진 상황이 지속된다면 버티컬 업체도 구조조정을 거쳐 주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합종연횡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버티컬 업체들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다. 무신사의 경우 신사업으로 오프라인 영역으로 확대하며 비즈니스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고, 신선 식품 중심인 컬리도 최근에는 뷰티·생활용품 등으로 상품 카테고리를 추가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업체는 온라인 플랫폼을 확대하고, 온라인 업체는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등 업권 내 사업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다"며 "버티컬 업체들의 사업성은 밝지만 시장 자체가 장기 침체되면 유지되기 힘든 만큼 시장 내에서 옥석 가리기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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