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대신 운동, 밥 대신 잡곡…'저속노화' 트렌드 올라탄 유통가
30대 '저속노화' 가장 관심…관련 매출도 확대
잡곡 활용 밥·빵, 고단백 제품 등 제품 대거 출시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최근 평균 기대수명이 늘면서 건강하고 활력있게 나이를 먹자는 '저속노화' 생활방식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노년층이 아닌 2030 젊은층을 중심으로 저속노화 트렌드가 확산하는 게 특징이다. 유통업계도 트렌드에 맞춰 관련 상품을 대거 내놓으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국내 외식 전문가와 함께 선정한 '2025 외식업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외식업 키워드로 '저속노화'가 꼽혔다.
저속노화란 몸에 나쁜 음식을 줄이거나 운동량을 늘리고 수면 패턴을 개선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습관을 개선해 최대한 건강하게 나이를 먹자는 움직임이다.
우아한형제들 조사에 따르면 노화, 면역, 항산화, 혈당, 저당 등 저속노화와 관련한 키워드를 배달의민족 앱에서 메뉴명으로 활용하는 가게는 올해 2만 4500곳으로 4년 만에 3배 늘었다.
또 음식점 1만 6000곳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현미'를 포함한 메뉴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과거에는 '건강'이 노년층에게 주목받았지만, 최근에는 2030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진다는 게 특징이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저속노화 식단을 놀이처럼 인증하는 게시물도 크게 늘고 있다.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이 지난해 전국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저속노화를 위해 시간·비용을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30대는 74%로, 40대(69.5%), 50대(69%), 60대(59%)보다도 높았다.
관련 매출도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컬리의 잡곡 상품군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으며, SSG닷컴은 3월 혼합곡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GS25의 전년 대비 잡곡 매출 신장률은 2022년 15.4%, 2023년 23.8%, 2024년 25.9% 등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 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CU도 기능건강음료 매출이 커피와 탄산음료 등을 제치고 편의점 음료 1위에 올랐다. CU의 기능건강음료 매출 비중도 2021년 16.9%, 2022년 18.0%, 2023년 18.8%, 2024년 22.1% 등 매년 증가 추세다.
유통업계도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저속노화 식단으로 주목받는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의 레시피를 활용한 '햇반 라이스 플랜'을 출시해 누적 판매 150만 개를 넘어섰다. 나트륨을 줄인 '해찬들 웰니스' 장류 제품도 2023년 12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이 100만 개다.
SPC도 통곡물과 크랜베리, 호밀 등을 활용한 건강빵 '파란라벨'이 출시 한 달 만에 120만 개 판매됐고, 프리미엄 브랜드 파리크라상도 최근 건강빵 신제품 8종을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롯데웰푸드 역시 영양을 강화한 제과 브랜드 '컴포트잇츠이너프' 제품이 출시 50일 만에 200만봉 이상 팔렸다.
편의점 업계도 저속노화 트렌드에 맞추고 있다. CU는 2022년 5종이었던 그릭 요구르트 제품을 현재 10종 이상으로 확대했고, 단백질을 강화하기 위해 밥을 줄이고 에그 스크램블을 넣은 '에그 삼각김밥'을 출시했다. GS25도 소용량 잡곡인 유어스 한끼톡톡바로혼합미, 유기농 콩 없는 혼합 7곡 등을 내놨다.
e커머스 업계는 관련 전문관을 운영하고 있다. SSG닷컴은 '미식관'에서 친환경 채소와 잡곡을 모아 판매 중이다. 컬리 역시 최근 김슬아 대표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저속노화 트렌드를 소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선 퇴근 후 어울려 술을 먹는 게 아니라, 러닝크루를 통해 달리는 등 함께 운동하는 분위기가 대세"라며 "먹거리 역시 건강한 제품을 찾고 있기에 지속해서 상품을 발굴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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