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유가공품 급증에 유업계 '골머리'…'프리미엄 제품' 대응에도 한계
치즈·버터·전지분유 수입 급증에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유기농·락토프리 등 기능성 제품 개발로 시장 수요 대응
- 이강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치즈, 전지분유, 버터 등 주요 유가공품 수입이 급증하면서 유업계가 기능성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식품 수입 동향에 따르면, 국민 식생활의 서구화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유가공품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치즈 수입은 전년 대비 71.2%, 버터는 61.6%, 전지분유는 무려 300% 늘었다. 이에 따라 국내 유업계는 유가공품 전략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5일 유업계에 따르면 2분기부터 하반기까지 수입 유제품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유업계는 유기농 유제품과 락토프리 우유 등 기능성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가격이 아닌 품질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을 확보해 단순 가격 경쟁을 피하려는 전략이다.
한 유제품 가공업체 관계자는 "수입 유제품 증가세에 대응하기 위해 프로틴, 저당, 헬시플레저 등 시장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업계는 수입 원유를 사용할 수 없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에 처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농가로부터 공급받아야 하는 원유량이 정해져 있다"며 "우유 소비가 정체되고 잉여 원유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메이저 유업체가 수입 원유로 유제품을 제조하게 되면 농가 반발을 피할 수 없어, 수입 원유 사용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수입 유가공품 증가는 B2B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잉여 원유는 탈지분유나 전지분유로 가공되지만, 국내 빙과 및 제과·제빵 업계에서는 국내산 분유를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한 제과·빙과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업계의 고충은 우유 소비량은 줄고, 원유 가격은 오르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국내 우유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사실상 제·빙과 업계에서는 국산 분유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카페 업계 또한 대부분 수입산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공급 안정성을 이유로 국산 우유를 선호하지만, 개인 카페들은 절반 수준 가격인 수입산 우유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카페 중 약 74%가 개인 카페인 만큼, 국산 원유 기반 유업계는 수요 감소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유업계는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에 농가로부터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원유량을 줄이고, 가공식품용 저가 원유 공급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치즈와 버터 등 가공식품 소비가 늘어나는 흐름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치가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함께 정부 차원의 지원 및 제도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국산 유업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며 "근본적인 원가 절감 방안과 유통 구조 혁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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