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공습 2.0]② '美 관세' 나비효과…韓 공략 사활 건 C커머스
對中 온라인 무역적자 3.8조…국내 e커머스 몰락 가속
관세로 美 수출 막힌 中…대체 시장 한국 진출 '속도전'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저가' 상품으로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잠식한 알리·테무·쉬인 등 'C커머스'가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을 계기로 한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C커머스의 국내 시장 잠식과 우회 수출 등 위험 요소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온라인 쇼핑에 대한 국내 직접 구매액은 1조 2205억 원으로 전체 해외 직접 구매액(1조 9551억 원)의 62%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19.5%로 미국·일본·유럽연합 등을 제치고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알리·테무·쉬인 등 C커머스 기업들이 '초저가' 상품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경기 침체 및 고물가 기조까지 지속되면서 품질보다 '가격'을 최우선 순위에 둔 소비가 늘어난 점도 한 요인이 됐다.
C커머스의 국내 시장 상륙 속도도 가파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4656억 원이었던 국내 소비자의 중국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약 3년 후인 올해 1분기에는 1조 2205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미국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이 6075억 원에서 3588억 원으로 반토막 난 것과 대비된다.
중국 직구 금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적자 폭도 매년 커지고 있다. 국내 온라인의 중국 판매액에서 중국 온라인의 국내 판매액을 뺀 대(對)중국 온라인쇼핑 무역수지는 2019년 4조 5222억 원 흑자였지만 지난해에는 3조 7996억 원의 적자를 냈다.
최근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의 부진에도 이 같은 C커머스의 약진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쇼핑앱별 월평균 사용자 수는 1위 쿠팡(2908만 명), 2위 11번가(892만 명) 3위 G마켓(634만 명)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기준으로는 1위 쿠팡(3362만 명)만 자리를 지켰을 뿐, 2위 알리(913만 명), 4위 테무(831만 명) 등 2년 만에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국내 기업이 몰락한 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 e커머스 기업 중 쿠팡만 연간 흑자를 기록했고 11번가·SSG닷컴·G마켓·롯데온 등은 모두 적자였다.
지금까진 C커머스 업체들이 여러 해외 시장 중 한국에도 진출해 '싼 가격'으로 상륙에 성공했다면, 이제는 전략적으로 한국을 타깃으로 삼아 한국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계기는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104%) 부과' 발효와 800달러(약 112만 원) 미만의 수입품에 관세를 면제하는 '소액면세 제도'의 폐지다. 직격탄을 맞은 C커머스 업체들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대체 시장인 한국 진출을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은 한국을 거치는 등 '우회 통로'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입장에선 지리적으로 가깝고 미국과 관계가 우호적인 한국을 경유지로 활용해 미국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C커머스 업체들도 한국 사업을 확장 중이다. 알리는 2026년까지 11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를 투자해 물류센터를 설립할 예정이고, 최근에는 공산품뿐만 아니라 신선식품·생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테무도 최근 경기도 김포에 대규모 물류센터와 장기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선 국내 소비자 및 플랫폼 보호를 강화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 C커머스의 국내 온라인 시장 잠식과 우회 수출 등 위험 요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해외 주요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 소액면세제도를 개편하는 등 해외직구 증가에 따른 소비자 안전을 강화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윤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주요국들은 중국의 투자를 견제하기 위한 규제와 정책을 도입 중"이라며 "한국도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무역 갈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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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 e커머스(C커머스)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내수 부진과 미중간 관세전쟁 이후 더 두드러진다. 단순히 시장 확대(1.0)를 노린 것에서 나아가 한국을 해외 전초기지로 삼는 등 전략도 진화하고 있다. C커머스 공습의 현황과 대응방안을 모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