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도 '가격 동결' 선언…롯데칠성·삼양식품의 역발상
줄줄이 오르는 물가 속 가격 동결로 승부수 던진 식품 기업들
"수익성보다 신뢰가 먼저" 브랜드 장기 경쟁력 확보 나선 새로·불닭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고물가 기조 속에서도 일부 식음료 기업들이 '가격 동결'을 선언하고 나섰다. 연초부터 이어진 원재료비 상승과 유통비용 증가로 경쟁사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단행되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버티기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소비자 신뢰 확보와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우선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005300)는 실적 발표 후 지난 7일 열린 기관투자자 및 애널리스트 대상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주류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해 "전반적으로 음료·주류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 부진 상황에서 무리한 가격 인상은 부담이라고 판단한다. 가격 5% 인상 시 판매량 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판매량 방어가 급선무이며 신제품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출고가 동결은 자사 브랜드가 주요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실리적 전략으로 읽힌다.
현재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 '참이슬', 맥주는 오비맥주 '카스', 탄산음료는 '코카콜라'가 각 분야 1위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 '크러시', '펩시' 등은 모두 후발주자 브랜드로 가격 인상 시 소비자 이탈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유지가 곧 점유율 방어 전략인 셈이다.
라면 업계에서는 삼양식품(003230)이 가격 동결 행렬에 동참했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도 지난달 열린 '2025 라면 박람회' 현장에서 "제품 제조 비용과 원재료 수입단가가 모두 오른 상황이지만 가급적 자체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의 경우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있는 배경엔 높은 수출 비중이 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어 국내 가격 인상 없이도 수익 방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는 가격보다 브랜드 신뢰를 우선시하고 해외 확장 전략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이처럼 식음료 업계가 전반적으로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음에도 일부 업체들이 가격 동결을 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격을 올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이탈 우려와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을 의식한 것이다.
특히 라면·음료·주류처럼 소비자 접점이 크고 가격 민감도가 높은 제품군의 경우 가격 동결 전략이 오히려 '신뢰도 높은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인상하면 당장의 수익성은 오를 수 있지만 재구매율이 떨어질 수 있어 장기적으론 손해일 수 있다"며 "브랜드 충성도가 중요한 시장일수록 가격 동결이 판매 리스크를 줄이는 긍정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jiyounbae@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