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먹여 살린 부업"…위기의 유통가 살려낸 효자 됐다
현대百, 지누스 실적 개선에 전체 실적 급등
CGV도 해외 사업 덕에 흑자…"소비위축 돌파구"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유통사들이 그동안 부업으로 여겼던 사업 덕을 보고 있다. 기존 본업이었던 국내 백화점·영화관 등 사업들이 소비 심리 위축 현상이 지속되면서 부진에 빠진 탓이다. 업계는 본업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신사업 확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려는 추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1분기 연결 기준 112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63.3%(436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 9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1464억 원) 늘었다.
겉만 보면 호실적이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본업인 국내 백화점 사업 매출은 1분기 589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72억 원으로 5.7% 줄었다.
오히려 가구 전문 자회사인 지누스의 실적 개선 효과 덕을 봤다. 지누스의 1분기 매출은 2499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전년 동기 대비 977억 원(64.2%) 늘어나 전체 매출 신장액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지누스는 영업이익도 올해 1분기 275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 191억 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이 466억 원 늘어난 것으로, 올해 1분기 현대백화점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436억 원)을 초과하는 흑자가 지누스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CJ CGV는 부업이 없었다면 본업에 큰 위기가 닥쳤을 수도 있었던 사례다. CGV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중국(189억 원)·베트남(129억 원)에서 흑자를 낸 덕분이다. 정작 본업인 국내 영화관 사업은 31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관람객 수 감소라는 동일한 위기에 놓인 메가박스는 CGV 같은 해외 영화관 사업의 부재로 1분기 10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폭이 전년 동기(14억 원)보다 635% 확대됐다. 부진이 지속되자 메가박스는 롯데시네마와 합병에 착수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도 1분기 10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CJ ENM도 매출 비중이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1분기 255억 원의 적자를 내는 동안, 매출 비중이 3분의 1인 커머스 사업(CJ온스타일)이 262억 원의 흑자를 냈다. 이에 힘입어 전체 영업이익은 7억 원을 기록해 겨우 적자를 면했다.
유통업계에선 적극적인 신사업 확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추세다. 기존의 본업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 업황이 부진에 빠지면 전체 실적도 함께 곤두박질칠 수 있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성장세를 키우면서도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것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국내 사업 여건이 어려워지자 향후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CJ CGV도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최근 편의점 업계도 생활과 밀접한 택배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순 있지만 소비 심리 위축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선 기존 사업만으로는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며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신사업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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